'농식품 수출, 농산어촌 소멸 대응' 나선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입력 2024-04-24 16:10
수정 2024-04-24 16:11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지난 3월 12일 ‘쌀 수출산업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협약서는 쌀 수출 산업화 정책방향 제시(농어업위원회), 수출용 쌀의 안정적 생산 공급 유통 소비체계 구축(해남군), 쌀 수출 전문단지 조성(한국농어촌공사), 쌀 가공품 수출 판로 확대(CJ제일제당), 고품질 쌀의 안정적 공급(옥천농협 땅끝황토친환경영농조합) 등의 역할 분담을 담았다.

정부 관계기관과 민간기업이 쌀 전문 생산단지 조성을 위해 손잡았다. 간척농지를 활용한 대규모 영농 실현의 첫 단추다. ‘쌀 수출 산업화 아이디어’의 중심엔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있다. 장태평 농어업위원장은 “쌀의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생산조직과 수출기업이 협력하고 정부·지방자치단체·농어촌공사가 지원하는 게 협약의 핵심”이라며 “출발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영향력은 파괴적일 것”이라고 이번 협약 의미를 설명했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농어업인의 복지증진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대통령소속 위원회다. ○쌀 가공식품 수출, 4년새 두배 급증
K푸드 인기는 쌀 가공식품 수출을 해마다 늘리고 있다. 2020년 1억 3800만 달러였던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2억 1700만 달러로 두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쌀을 원료로 한 즉석밥 시장은 급성장세다. CJ제일제당의 수출용 햇반을 위한 쌀 사용량은 2020년 4466톤에서 올해는 1만1977톤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공 쌀 시장이 성장하면서 CJ제일제당 이외 오뚜기, 하림, 동원, 농심켈로그 등의 기업들도 잇따라 즉석밥을 내놓고 있다.

농어업위가 쌀의 수출 전문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쌀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4kg, 1990년(119.6kg)보다 절반이 줄었다. 하지만 쌀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쌀 수급 불균형은 사회적 비용 증가 문제를 유발하고 농업의 미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

현재 세계 쌀 시장은 인디카(장립종) 품종이 85%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자포니카(단립종) 중심의 쌀 수출전략은 구조적 한계가 있다. 여기에 국내 쌀의 높은 수출단가와 국제 쌀의 낮은 가격 차이로 수출 경쟁력에 한계가 있었다. 이것이 간척지를 활용한 대규모 쌀 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하여 생산비를 절감해야 하는 이유다. 농어업위 관계자는 “쌀 수출 생산단지는 쌀 수출을 통한 농가의 소득과 쌀 시장격리를 위한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시대에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국내 생산물량을 확보할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쌀 가공식품을 시작으로 한 농식품 수출액은 해마다 5%씩 늘고 있다. 2019년 95억 달러였던 농식품 수출액은 2년만에 100억달러를 넘었고 지난해는 121억 달러를 달성했다. 우리나라 식품산업은 한류와 푸드테크 발전으로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농어업위는 최근 네덜란드 사례를 벤치마킹해 농식품 수출 1000억 달러 달성을 위한 과제를 제안했다. 농어업위가 제안한 발전전략은 크게 고부가 식품바이오 산업화, 식품원료 공급체계 개선 그리고 수출시스템 지원 강화다. 식품바이오 산업화는 그린바이오 기술과 소재의 국산화, 산학연 식품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스마트수직농장과 대규모 영농을 통한 원료의 체계적인 공급라인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농식품수출촉진법 제정 등 제도정비와 농식품 수출기업에 세제 금융혜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태평 농어업위원장은 “농어업 식품산업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이 접목된다면 대한민국이 농식품 수출 1000억 달러 시대도 올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조직’ 육성 통해 농산어촌소멸 대응농어업위는 지난해 12월 7일 서울시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농산어촌소멸 대응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김창길 농어업위 농어촌분과위원장 주재로 열린 토론회에는 전국농어촌지역군수협의회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농산어촌소멸 개념 확산, 농산어촌 재생 방향, 농산어촌 인구감소 대응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례발표에 나선 구복규 화순군 군수는 ‘전라남도의 만원주택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구 군수는 “화순군에서도 단돈 만원으로 청년·신혼부부 보금자리를 제공했더니 실제로 인구 유입의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전남 화순군의 순유입인구는 270명이 증가했다. 두번째 사례발표자로 나선 김돈곤 청양군수는 '의료복지와 먹거리복지로 지역소멸 대응'이란 내용을 발표했다. 김 군수는 “전문의와 간호사를 상시채용해 서남부권의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했다”며 “먹거리종합타운 등에 안전 먹거리를 공급해 농민들의 안정적인 소득향상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청양군은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한 '지역먹거리 지수'평가에서 S등급을 받기도 했다.

다양한 지역소멸 대응 정책에도 인프라와 리더의 역량에 따른 격차 등의 한계가 있다. 이에 농어업위는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율적 자생적 생태계가 필요함을 느껴 ‘협동조직 육성 지원체계’에 대해 논의 중이다. 실제로 경북 문경시 영순면의 ‘늘봄영농조합’은 공동영농, 경영혁신을 통해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전체 110ha 농지를 개별농가에서 현물 제공하면 농지 소유자에게 사용료를 선지급하고 공동영농에 참여땐 근로소득까지 제공하는 방식이다. 공동영농은 개별농사때보다 적게는 두배에서 많게는 세배까지 소득증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장태평 농어업위원장은 “농산어촌의 위기는 단순히 지역의 문제를 넘어 우리 국가 전체의 지속 발전에 중대한 장애요인”이라며 “농어업위에서는 관계 기관과 협력을 통해 치밀한 대응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