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 로펌이 아닌 일류 로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단순히 매출 성장이 아닌 가치 성장을 이루겠다는 뜻입니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9기·사진)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한 리걸테크 선두 주자로서 질적인 성장을 통해 ‘일류 로펌’이란 시장 인식을 확고히 다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요 로펌 가운데 후발주자인 율촌은 1997년 설립 이래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사상 최대인 328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18년 2000억원대 매출을 돌파한 지 5년 만의 성과다. 로펌 간 합병으로 몸집을 불려온 다른 곳들과 달리 온전히 내부 구성원이 만든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강 대표변호사는 “앞으로 로펌 업계 전반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높은 성장률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잠재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저성장기에 기업이 주요 고객인 로펌의 성장세도 덩달아 더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는 로펌도 가치 성장을 추구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인용 전 삼성전자 사장을 가치성장위원장으로 영입해 일류로펌으로 나아가기 위한 질적 성장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강 대표변호사가 리걸테크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율촌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AI로 내부 지식관리 데이터를 분석해 소속 변호사에게 자료를 제공하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40TB(테라바이트) 규모의 내부 법률 데이터를 학습시켜 챗GPT 등 범용 AI에 비해 오류나 환각(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제공)이 발생할 가능성을 확 낮췄다.
2019년 2월 총괄대표직에 오른 강 대표변호사는 3년 임기를 마치고 2022년 1월 연임에 성공했다. 설립 초기부터 조세·공정거래에 강점이 있던 율촌은 지난해부터 송무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송무 부문 승소율을 연간 1~2%씩 올린 것이 지난해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며 “경쟁 로펌들이 선점한 시장보다는 새로운 분야에 선제적으로 뛰어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율촌은 2021년 6월 국내 로펌 최초로 중대재해처벌법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는 등 대내외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올해 들어선 노동 전문가로 꼽히는 이명철(30기)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기업형사 전문가인 신재환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영입해 송무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원전 관련 법률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율촌은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집트·폴란드 원전 수출 자문을 맡고 있다.
강 대표변호사는 “국내서 추진하는 주요 3개 프로젝트 가운데 2개를 수주했다”고 말했다.
글=민경진/사진=이솔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