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기업은 물론 로펌 운영에도 큰 도전의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외연 확장만큼이나 경영 효율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정계성 김앤장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6기·사진)는 “경영 효율화의 목표는 효율화 자체로 끝나서는 안 되며, 새로운 규제와 법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연결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리서치 조직을 확대하고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성장 전략을 쓰면서도 낭비되는 요소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 불안을 가중하는 대외변수로는 미국의 금리 정책과 중동 등지의 지정학적 이슈를 꼽았다. 정 대표변호사는 “요즘 국제경제학과 외교 분야 전문가를 고문으로 위촉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정도로 대외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하반기 인수합병(M&A) 등 자본시장 자문은 작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내 로펌업계가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는 우려 속에서도 지난해 약 1조3000억원의 매출(국내외 및 특허부문 포함)을 올린 김앤장은 올해도 비슷한 매출 성과를 전망하고 있다. 정 대표변호사는 “로펌 시장은 국가 경제 규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긴 하지만 새로운 일을 발굴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면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 등 해외에 진출한 기업의 애로사항이나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문제 등 기업의 고민거리는 늘 생겨난다”고 덧붙였다.
김앤장은 최근 디지털자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핀테크, AI 등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있다. 정 대표변호사는 “22대 국회에서 입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이나 리걸테크 등 새롭게 관련 법제가 만들어지는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며 “전자금융거래법·개인정보보호법 등 IT 규제와 관련한 시장도 성장 분야”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변호사는 1973년 김영무 변호사와 장수길 변호사가 ‘서구식 전문·대형화 로펌’을 지향하며 설립한 김앤장에 합류한 첫 번째 어쏘시에이트 변호사다. 1976년 사법연수원을 수석 졸업한 그는 25세에 들어와 49년간 김앤장의 성장 가도를 함께 달리고 있다.
그는 “로펌은 위험을 예방하는 자문사로서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앤장은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해결하는 식의 전관 변호사가 중심이 아니라 기업 거래를 돕는 자문 변호사로 시작했다. 그 덕분에 외국계 회사가 국내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투자 및 차관을 제공할 때 고객이 먼저 찾는 로펌이 됐다.
김앤장은 10년 연속 세계 100대 로펌에 이름을 올리며 국내 로펌업계 1등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일하는 방식도 1등 로펌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 김앤장에는 파트너가 어쏘시에이트 변호사에게 노하우와 지식을 전수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일종의 멘토와 멘티인 셈이다.
정 대표변호사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대학병원 수술실과 비슷하다”며 “공정거래 분야 뿐만 아니라 회사법, 송무 등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투입돼 사건을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어쏘시에이트가 파트너들이 일하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고 했다.
업무 간 칸막이 없이 전문지식을 가진 각 분야의 구성원들이 원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김앤장의 최고 장점으로 꼽힌다.
글=허란/사진=임대철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