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3일 11:1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인 HD현대마린솔루션이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희망 가격 상단보다 20% 높은 10만원에 주문이 대거 몰렸다. 상당수 기관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단 의무 보유 확약을 거는 등 공모주를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과 주관사단은 희망 가격 상단을 초과해 최종 가격을 결정할지 논의하고 있다. 국내 공모주 시장에서 대기업 계열사 IPO는 공모가 상단을 넘긴 적이 거의 없다. 상장 이후 주가 관리까지 염두에 두고 막판까지 치열한 고민이 이어질 전망이다.
상단 확정 염두에 둔 수요예측 참여 전략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16일부터 전날까지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00대 1 수준의 경쟁률을 확보했다. 지난해 공모액 1000억원을 넘긴 대형 IPO 기업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경쟁률 17대 1), 두산로보틱스(272대 1) 등과 비교하면 흥행에 성공했다.
참여 기관 대다수가 10만원을 적어냈다. 공모 희망 가격(7만3300~8만3400원)의 상단보다 약 20% 높은 가격이다.
희망 가격 상단보다 높은 가격을 적어내는 게 수요예측 참여 전략이 된 최근 국내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가 IPO 대어에도 그대로 적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 계열사 IPO의 경우 수요예측에 흥행해도 상단을 초과하지 않는 일종의 불문율을 지킬 것으로 기대하고 부담 없이 10만원 수준에 베팅했다는 후문이다.
상당수 기관이 최대 6개월의 의무보호예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보호예수를 최소화해 단타 매매로 차익실현에 나서던 중소형 IPO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공모가가 상단에서 결정되면 높은 가격을 적어내봤자 차별화가 어려운 만큼 더 많은 공모주 물량을 받기 위해 보호예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상단 초과 카드 '만지작', 평판 리스크는 부담시장의 관심은 HD현대마린솔루션과 주관사단이 올해 중소형 IPO 기업과 마찬가지로 공모가 상단을 넘겨 최종 공모가를 확정할지 여부에 쏠린다.
수요예측 결과만 놓고 보면 최종 공모가를 상단 초과로 결정해도 이상하지 않다.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16곳은 모두 수요예측 흥행을 근거로 상단 대비 평균 20.7% 높여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번 HD현대마린솔루션 IPO 수요예측을 앞두고 주관사단도 상단 초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외 세일즈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기관은 통상 지정 가격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는데 주관사단은 시장가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관이 상단 가격에 참여했는데 공모가를 그보다 높이면 기존 해외 배정 물량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며 “해외 기관도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20% 가까이 상향되는 국내 공모주 시장 분위기를 잘 알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국내 공모주 시장에서 대기업 계열사로 분류되는 기업이 최종 공모가를 상단을 초과해 결정한 적은 거의 없다. 역대급 유동성 장세였던 2020~2022년에도 상단 초과 가격에 결정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은 수량 기준 80% 이상이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 기관 수요가 몰렸어도 상단에서 결정했다. HD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중공업 역시 약 50% 기관이 초과 가격에 주문을 넣었지만, 최종 공모가는 상단으로 유지했다.
계열사 IPO로 자칫 그룹의 이미지가 훼손시킬 수 있단 평판 리스크가 부담돼서다. 주목도가 더욱 높아지는 데다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 그룹 전반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어서다.
시장에선 HD현대마린솔루션이 기존 대기업 IPO의 불문율대로 상단에 결정하거나, 상단을 초과해 결정하더라도 소폭 높이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종 의사결정은 HD현대마린솔루션과 모회사 HD현대 경영진이 쥐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4일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 뒤 오는 25~26일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KB증권, UBS, JP모간이 대표 주관사이며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이 공동주관사다. 대신증권, 삼성증권이 인수회사로 참여한다.
최석철/배정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