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준비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첫 준비 회동이 23일 국회에서 열렸다. 하지만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테이블에 올릴지 여부를 놓고 여야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 의제 설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은 이날 40여 분간 회동했다. 권 실장은 회동 이후 “시급한 민생문제를 해결할 정책과 중요한 국정 현안을 가감없이 본회담의 의제로 삼자고 논의했다”며 “2차 준비 회동은 양측이 각자 준비 상황을 점검한 후 다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수회담 시점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여권에서는 25만원 지원금을 영수회담 의제로 채택하는 데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사회 각계에서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민주노총마저 초유의 고물가 시대에 후과를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질책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채무가 1127조원을 기록해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판인데 민주당 주장대로 (지원금을 지급하면) 나랏빚에 13조원을 더 얹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전날 논평에서 “무능한 대통령 덕에 총선에서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내놓은 민생 정책이라는 것이 고작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이라며 “이 대표는 영수회담을 포퓰리즘 정책으로 홍보하고, 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알리바이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윤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에 대통령실의 의중이 실려있는 게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민생지원금 논의가 영수회담 의제에 반드시 올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체적인 액수와 지원 방식에 대해선 회담을 통해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친명(친이재명) 핵심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민생지원금의 경우엔 (영수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는 틀 같은 것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현금성 지원을 저소득 계층에만 집중하거나 현금 지급 대신 저금리 정책 대출 확대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영수회담에서 도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경목/한재영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