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20대는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에 더 많은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재정 안정’이 아닌 ‘소득 보장’에 방점을 둔 1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을 최종 선택한 결과를 두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정작 앞으로 40년간 보험료를 내야 할 청년층이 이 안을 고른 것이다.
23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의 최종 설문조사 응답자별 분석에 따르면 공론화에 참여한 18~29세 청년 79명 중 53.2%가 1안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 현행대로 유지하는 2안은 44.9%가 선택했다.
공론화위 관계자는 “20대에는 ‘앞으로 태어날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 논리가 안 통했다”며 “‘어차피 아이를 안 낳을 건데 남의 자식이 더 부담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20대 상당수가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서 ‘재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잘 먹히지 않았다”며 “망하거나 말거나 나한테 연금 더 준다면 ‘생큐’라는 식”이라고 전했다.
40·50대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소득보장안에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40대는 66.5%, 50대는 66.6%가 1안에 찬성해 2안 지지율을 두 배가량 앞섰다. 2안은 각각 31.4%, 33.4% 선호하는 데 그쳤다. 이들 세대는 현재 한국에서 진보 성향이 가장 강한 연령대로 분류된다.
반면 30대와 60대는 2안을 뽑은 응답자가 각각 51.4%, 49.4%로 1안을 지지한 응답자보다 많았다. 2030세대가 서로 엇갈린 결과를 보인 것을 두고 자녀 유무가 표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금특위 관계자는 “30대는 아무래도 결혼해 이미 자녀가 있는 경우가 많으니 자식 세대의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혼인율이 낮은 20대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