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2600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고환율과 지정학적 분쟁 등 증시를 둘러싼 악재들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고, 기업 실적 전망치도 개선되며 지지선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은 조선과 반도체, 헬스케어 업종이 올해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고환율?중동분쟁 리스크 해소코스피 지수가 23일 0.24% 떨어진 2623.02에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22일 1% 이상 오르며 2600선을 회복했고, 이날도 약보합에 마감하며 2600선을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고환율과 지정학적 분쟁 위험(리스크)이 완화되며 해소되며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완화된 결과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78원3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6일 1394원50전으로 고점을 찍고 이날까지 1.12% 떨어졌다.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면 외국인은 환차손 우려로 한국 증시에 들어오는 걸 꺼리고, 떨어지면 그 반대가 된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올 2분기 환율의 추가 급등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미·일 재무장관이 지난 17일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환율이 진정세로 접어들었고, 최근 환율 상승의 주요 배경 중 하나였던 중동 지역에서의 긴장감도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 완화가 환율 하락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진 것도 긍정적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배럴당 가격은 지난 5일 86.10달러에서 이날 82.22달러까지 하락했다. 구리 선물 1파운드당 가격 역시 지난 19일 4.5달러를 찍고 이날 4.4달러로 하락하며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글로벌 증시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진다는 이유로 최근 주가가 조정을 받았지만, 이는 바꿔말하면 경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금리 인하라는 기본 방향이 흔들리지 않는 이상 외국인 자금은 국내 증시에 추세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코스피 2600 바닥 확인…이제는 실적 주도주 찾기
전문가들은 환율과 유가, 전쟁 같은 대외적 위험 요인보다는 당분간 기업 이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올해 국내 상장사 실적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관련 변수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 상장사의 12개월 선행 순이익(지배주주 기준)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약 185조원으로 지난 2월 말 대비 5.17% 높아졌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160조원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 들어 빠르게 상향조정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높은 이익 개선세를 보일 수 있는 업종을 선별해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업종별로 보면 조선과 반도체 업종의 올해 호실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종의 순이익 전망치는 49조원으로, 지난 2월 말(42조원) 대비 14.4% 높아졌다. 금액으로 보면 지난 2022년 8월(53조원) 이후 가장 많았다.
조선업의 순이익 전망치도 지난해 2월과 비교해 7.0% 상향조정됐다. 증권가에서는 조선 3사인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이 올해 나란히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선 3사가 모두 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2011년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증시 반등 시 실적을 앞세워 주도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증시 소외주 중에서는 헬스케어 업종의 반등도 예상된다. 최근 헬스케어 업종의 12개월 선행 순이익 컨센서스는 지난 2월 말과 비교해 19.9% 높아졌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기업의 원료의약품 수출 금액은 2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했다. 1월(10.5%)과 2월(53.1%)에 이어 3월까지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완제의약품 수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3.1% 증가한 2억600만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전효성/양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