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만성인력 부족…'사이버 사기' 수사 112일 걸려

입력 2024-04-22 18:48
수정 2024-04-23 02:36
플랫폼을 활용한 젊은 층의 사기범죄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경찰의 인력 부족과 검찰의 수사권 제한이 맞물려 상당수 범죄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검찰은 ‘검수완박법’ 도입 이후 5억원 이상의 사기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 경찰은 수사 역량은 그대로인데 처리해야 할 사건이 크게 늘면서 시급성이 생명인 사이버범죄에서도 ‘수사 지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2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 사건 1건당 평균 처리 기간은 2019년 50.4일에서 작년 상반기 66.1일로 4년 만에 15일 이상 증가했다. 특히 사이버 사기·도박 등은 같은 기간 75.1일이던 수사 기간이 112.7일로 무려 37.6일 늘어났다. 경제 수사는 같은 기간 63.9일에서 85.6일로, 지능형 범죄는 84일에서 104.3일로 길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을 요구하는 경제·사이버 범죄에 대한 경찰의 수사 역량이 충분하지 못한 탓에 사건 처리 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월 국회를 통과해 이듬해 1월 1일 시행된 1차 검경 수사권 조정(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축소하고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범죄에 검찰이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기준을 피해액(이득액) ‘5억원 이상 고액 사기’로 제한한 게 핵심이다. 5억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가중처벌 기준 금액이다. 2022년 9월 2차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부패·경제 등 ‘2대 범죄’로 또다시 축소돼 경찰의 업무 부담은 더 증가했다.

수사 결론의 국민적 불신도 더 커졌다.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건수는 2020년 1679건에서 수사권 조정 시행 첫해인 2021년 2131건, 2022년 2443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과거 보통 6~7개월이면 마무리될 사기 사건도 1년 가까이 걸리는 실정”이라며 “수사권 조정 이후 과거와 같은 신속한 수사를 통한 권리구제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민경진/박시온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