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총선 참패를 수습할 새 비상대책위원장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당 대표 권한대행)가 아니라 다른 인물을 선출하기로 했다. 당 안팎에서 쇄신 요구가 높아지자 변화에 무게를 실었다는 평가다. 다만 비대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친윤(친윤석열)과 비윤(비윤석열), 수도권과 영남 인사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께서 변화를 요구하고 계시기 때문에 변화라는 관점에서 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당선자들의 양해를 구하고 저는 비대위원장을 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의 후임 원내대표도 다음달 3일 선출하기로 했다. 윤 원내대표는 “그 전에 제가 비대위원장을 추천해 필요한 절차를 밟는 것으로 뜻이 모였다”며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의견을 수렴해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고 설명했다.
당초 여권에서는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오는 6월께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실무 작업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총선 수도권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표심을 잡기 위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며 기류가 바뀌었다.
다만 윤 원내대표는 새로 꾸려질 비대위의 성격을 ‘혁신형’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당헌·당규에 관리형 비대위, 혁신형 비대위 용어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전당대회를 빨리하는 데 필요한 비대위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비대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새 비대위원장이 정하는 전당대회 규칙에 따라 당 대표의 얼굴도 바뀔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쇄신을 위해 수도권·비윤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요구가 많을 텐데, 중진의 상당수는 영남권 의원”이라며 “현행 당 대표 선출 방식(당원 100%)에 민심 반영 비율을 높이자는 요구를 포함해 절충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개최 시점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6월이 아니라 8~9월께 전당대회를 열 경우 한동훈 전 위원장이 다시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당 중진들이 관리형 비대위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사실상 혁신형으로 가기는 어렵다는 게 당내 평가다.
정소람/박주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