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걱정 없이 임상정보 공유…AI로 신약개발 성공률 높일 것"

입력 2024-04-22 18:08
수정 2024-04-23 00:56
“제약사 창고에 잠자는 임상 데이터를 끌어내 신약개발 성공률을 끌어올리겠다.”

22일 서울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만난 김화종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K-MELLODDY·K-멜로디) 사업단장(사진)은 지난 17일 본격 출범한 프로젝트의 목표를 이같이 설명했다. K-멜로디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사업이다.

성능 좋은 AI를 개발하려면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지만 제약사와 병원 등에서는 영업기밀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의 우려로 데이터 공유를 꺼려왔다. 지금껏 신약개발에 AI 활용이 더뎠던 이유다.

K-멜로디는 구글이 2017년 발표한 ‘연합학습’을 도입해 이들의 우려를 해소했다. 연합학습은 AI 모델을 데이터를 가진 기관에 보내 학습시킨 뒤 통합하는 방식의 머신러닝 기법이다.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도 AI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다. 김 단장은 “기존에는 양(AI 모델)을 키우기 위해 풀(데이터)을 뜯어와서 먹였다면 이제 양을 서로 다른 들판에 보내 풀을 뜯게 한 뒤 모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멜로디는 올해부터 5년간 348억원을 투입해 ‘약동학(ADMET) 예측 플랫폼’을 개발한다. 약동학은 약물이 체내에서 작동하는 과정을 말한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신약개발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예측하는 것이 목표다.

K-멜로디의 모태가 된 유럽연합(EU)의 ‘멜로디’ 프로젝트에는 암젠, 노바티스, GSK,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 제약사가 대거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만든 AI 모델은 신약 후보물질 예측력을 10%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단은 오는 5월 중순 이후 세부 사업자를 선정하고 7월부터 연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김 단장은 “20개 제약사와 병원을 선발해 참여 기업들만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