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막는다더니…피같은 세금 '230억' 어디에 썼나

입력 2024-04-22 14:20
수정 2024-04-22 15:20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4년간 미세먼지 차단숲(현 기후대응 도시숲)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국고보조금 약 230억원을 부적정하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확하지 않은 보조금 지급 지침과 주무 부처인 산림청의 관리 부실 등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22일 산림청과 함께 이런 내용의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사업' 운영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미세먼지 차단숲은 산업단지, 도로변처럼 미세먼지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지역 인근에 조성돼 미세먼지의 생활권 유입을 막는 숲이다. 지자체가 산림청의 승인을 받아 시행하며 사업비는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50%씩 부담한다.

부패예방추진단에 따르면 135개 지자체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72곳(706.1㏊)에 미세먼지 차단숲을 조성했다. 총사업비는 6945억원으로 국고보조금은 3472억원 투입됐다. 부패예방추진단은 이번에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5200억원이 투입된 362개 사업을 점검했다. 부패예방추진단 관계자는 "국고보조금이 지원되는 사업인데도 그동안 보조금 집행실태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점검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1170건, 465억원의 부정 집행 내역이 적발됐다. 이 중 부적정하게 집행된 국고보조금은 230억원 수준이다. 나무를 심으라고 지급한 국고보조금을 소리분수, 폐쇄회로(CC)TV, 안개분사기 설치에 사용한 사례가 992건으로 가장 많았다. 109개 지자체가 국고보조금을 포함해 총 208억원을 나무 심기와 무관한 시설물 설치에 쓴 것으로 적발됐다.

지자체가 국고보조금을 받은 뒤 주무 부처인 산림청 승인 없이 미세먼지 차단숲 사업지를 임의로 추가하거나 변경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15개 지자체가 39건, 137억원 규모로 적발됐다.

24개 지자체는 39개 사업(83억원)에서 미세먼지 차단숲 보조금을 활용해 43.99㎞에 달하는 가로수를 조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패예방추진단 관계자는 "가로수 조성은 2020년 지자체로 이양된 사무"라며 "국고보조금을 활용해 가로수를 조성하는 것은 법령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미승인 지역'에서 보조금을 집행해 '편의·경관시설물'을 설치한 사례가 30개 지자체, 56건(36억원) 규모로 확인됐다. 국고보조금을 활용해 얻은 이자를 중앙 정부에 반납하지 않거나 이자율을 잘못 적용한 사례도 21개 지자체에서 40건(1억원) 적발됐다. 부패예방추진단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들은 보조금으로 편의시설을 짓는 등 민원을 해결하는 용도로 사용했다"며 "명확한 보조금 지급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부적정 집행 금액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보조사업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쓰인 국고보조금 79억원을 환수하고, 74개 지자체에 기관 주의 조치할 예정이다. 법령 근거 없이 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보조금을 임의로 정산하거나, 임의로 식재를 조달한 지자체 2곳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에 감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아울러 관련 고시를 개정해 미세먼지 차단숲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을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보조금 교부 때 낙찰 차액을 고려해 교부하도록 의무화해 집행 잔액을 최소화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