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해,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스피릿…신곡 대방출 '혜자콘' [리뷰]

입력 2024-04-21 19:27
수정 2024-04-21 19:28

그룹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가 150분간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록 스피릿'의 진수를 선보였다. 정규 1집 발매를 앞두고 신곡을 대거 공개한 이들은 팬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함과 동시에 탄탄한 실력으로 스스로 가능성을 입증해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건일, 정수, 가온, 오드, 준한, 주연)는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단독 콘서트 '클로즈드 베타: 버전 6.0(Closed ♭eta: 6.0)'을 개최했다. 19~20일에 이은 3회차 공연이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국내에서 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만나는 건 지난해 11월 데뷔 첫 월드투어 '브레이크 더 브레이크(Break the Brake)' 일환으로 진행한 서울 공연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지난해와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열었지만 체급은 한층 커진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였다. 국내 및 해외 총 12개 지역을 도는 단독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이들은 3회 공연을 모두 전석 매진시켰다. 스탠딩 1층을 비롯해 객석 2층까지 꽉 채운 공연장이 높아진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드럼, 키보드, 베이스, 신시사이저, 두 명의 기타로 구성된 밴드다. 전 멤버가 악기를 다루며 노래한다. 2021년 데뷔해 활동한 지 갓 2년을 넘겼지만 멤버들은 이날 놀라운 무대 장악력과 폭발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악기를 연주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보컬을 소화했고, 팬들과 소통하고 호응을 유도하는 것도 어색함 없이 능숙했다.



"소리 질러~"

시작부터 에너지를 100%로 끌어올렸다. '브레이크 더 브레이크'로 포문을 연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청량한 밴드 사운드로 쾌감을 안겼다. 힘 있는 드럼에 비트에 맞춰 열정적인 연주를 관객들의 귀에 내리꽂았다. 때로는 묵직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꽂히는 밴드 사운드에 팬들은 금세 마음을 빼앗긴 듯 자리에서 뛰며 호응했다.

뜨겁다 못해 달아오른 오프닝이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브레이크 더 브레이크'를 시작으로 '프리킹 배드(Freakin' Bad)', '바이시클(Bicycle)', '잠꼬대', '맨 인 더 박스(Man in the Box)', '녹다운(KNOCK DOWN)'까지 무려 6곡을 선보였다. 잠시 끊어갈 법한 타이밍에도 멤버들은 기립해 응원을 보내고 있는 팬들을 보며 "다시 앉기 힘드니까 계속 가보겠다"며 쉼 없이 달렸다.

오프닝 이후 이들은 "오늘이 최고로 뜨거운 것 같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이번 공연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올해 새롭게 전개하는 프로젝트 '엑스페리먼트 프로젝트(Xperiment Project)'의 출발점이다. 공연 타이틀 '클로즈드 베타: 버전 6.0'은 베타 테스트의 단계 중 하나인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차용해 '제한된 유저층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비공개 테스트'라는 뜻을 담아 만들어졌다.

오는 30일 발매하는 정규 1집 '트러블슈팅(Troubleshooting)'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수록곡 무대를 대거 선공개하는 첫 자리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였다. 이들은 "비공개 테스트를 의미한다. 말 그대로 비공개라서 여기 있는 분들에게만 신곡 무대를 특별히 공개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건일은 "오는 30일에 드디어 정규 1집이 발매되는데 정말 좋은 곡들이 많다. 나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데뷔 후 첫 정규앨범인 만큼 폭넓은 장르 스펙트럼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였다. 흥겹고 에너제틱한 매력으로 가득 찬 '노 매러(No Matter)'·'머니 온 마이 마인드(Money On My Mind)'는 물론 단단한 연주에 뭉클한 감성을 얹은 발라드 '언틸 디 엔드 오브 타임(until the end of time)'·'꿈을 꾸는 소녀'까지 다채로운 분위기로 세트리스트를 꼼꼼히 채웠다.

'머니 온 마이 마인드'에서는 준한의 화려한 기타 솔로에 절로 감탄이 나왔고, '꿈을 꾸는 소녀'로 건넨 위로의 메시지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기 충분했다.


특히 멤버들의 진정성 있는 태도는 공연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였다.

'언틸 디 엔드 오브 타임'을 소개하며 건일은 "부모님이 많이 떠오르더라.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부모님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한다. 여러분도 소중한 사람이 있을 거 아니냐. 그 존재들과의 추억들을 생각하며 들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꿈을 꾸는 소녀' 무대 중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정수는 "이 구간을 연주하고 노래할 때만은 록 스피릿을 잠시 내려놓고 우리 마음속에 있는 찡함과 슬픔을 꺼낸다. 가끔은 이런 감정도 표출해 뱉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준한은 "'꿈을 꾸는 소녀' 가사를 보면서 팬분들도 힘든 일이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울 때, 혹은 욕심은 나는데 무언가 잘 안될 때 이 노래를 들으며 응원받으셨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가온은 "오늘 부모님이 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걸 부르며 안 울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해 팬들을 웃게 했다.

최근 대중성을 강화한 K팝 밴드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특유의 강인한 '록 스피릿'을 꽉 쥐고 가는 팀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강점은 공연에서 유독 빛을 발했다. '어게인? 어게인!(AGAIN? AGAIN!)', '스트로베리 케이크(Strawberry Cake)', '서커 펀치(Sucker Punch!)' 등 심장을 울리는 연주에 공연장의 열기가 식을 틈이 없었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정열의 밴드 연주, 이를 뚫는 시원한 보컬로 자신들의 가능성을 몸소 보여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였다.

희망차면서도 어딘가 울컥하는 느낌이 드는 신곡 '불꽃놀이의 밤'에 이어 신보 타이틀곡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까지 베일을 벗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에 대해 "살아가면서 바보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지 않냐. 그렇게 느껴지게 만드는 것들에게 '아니다. 소중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나아가자'는 진취적인 메시지를 주는 곡"이라고 소개하며 "저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타이틀곡이니 여러분도 사랑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테스트 미(Test Me)', '루나틱(LUNATIC)'으로 시작된 앙코르는 공연장 천장을 뚫을 듯한 멤버들의 스크림과 함께 분위기를 뜨겁다 못해 불타오르게 했다.

공연을 마치며 오드는 미리 소감을 적어온 노트를 꺼냈다. 그는 "이번 앨범은 내겐 챌린지가 되는 앨범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노래하기 힘들 거라는 소리도 들었다. 비염이 찾아왔다.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며 걱정도 많고, 조금은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이어 "되던 것도 안 되고, 내 마음처럼 노래가 불리지 않아서 화도 났다. 그런데도 응원해 주는 팬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을 안 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도와준 멤버 형들과 수많은 스태프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더 당당한 가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발전해 나가겠다. 내가, 또 우리가 가수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주연은 "우리 공연에 와주시고 우리 음악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 '가수는 노래를 들려주는 게 아니다. 관객이 우리의 노래를 들어주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다음엔 최고의 무대를 보여드리겠다. 멋있는 무대, 재밌는 음악을 준비해 가며 여러분들에게 더 큰 사랑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세계 최고의 밴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가온은 "사실 최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무얼 하며 살아가야 할지 공허했다"고 털어놓으며 "답은 간단했다. 밴드를 시작한 이유, 이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한 이유를 떠올리니 난 사람을 좋아한 것 같더라. 좋아하는 걸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니 다시 조금씩 웃음이 돌아오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콘서트 매진 소식을 언급하며 "더 잘하겠다. 다음에는 매진 밴드처럼 무대를 하겠다. 이젠 독기가 생긴다. 더 노력하고 한명 한명 성장하는 그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건일은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정말 여러가지 일이 있었는데 난 우리 팀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동생들이 언제 이렇게 많이 성장했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내가 정말 못난 리더다. 난 뒤에서 드럼만 치면 되는데 동생들은 연주하면서 노래까지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이번 곡들이 다 어렵다"면서 "내가 이런 팀에 맏형이자 리더로 있을 수 있다는 게 축복인 것 같다"며 멤버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에 멤버들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형에서부터 시작된 거였다"고 화답했다.

특히 건일은 멤버 한명 한명을 언급하며 눈물과 함께 고마운 마음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6~9월 5개월에 걸쳐 콘서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들은 "이번 콘서트는 버전 6.0에 불과하다. 앞으로 하나하나 더 업그레이드되어 가는 무대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