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이는 ‘더 받는’ 개혁을 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하면 2050년에만 100조원이 넘는 세금을 더 거둬들여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에 들어가는 재정까지 합하면 연금제도를 유지하는 데만 200조원이 넘는 ‘혈세’가 들어가는 셈이다.
기초연금 합치면 국고 227조원 들어21일 한국경제신문이 소득보장파 전문가들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에서 제시한 ‘GDP 2% 투입론’을 분석한 결과 2050년이면 국민연금에 투입해야 하는 재정 규모가 10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시행한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활용한 한국의 명목GDP 전망치를 바탕으로 2%를 계산한 수치다. 2050년 수급자가 1900만 명에 이르는 기초연금에 투입될 재정 규모는 정부 추산 125조4000억원으로, 국민연금과 합치면 한 해에만 227조원이 연금제도 지탱에 들어가는 것이다.
공론위가 이달 13~14일, 20~21일 등 나흘에 걸쳐 연 500인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에서 핵심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이었다. 소득보장파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인상하는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재정안정파는 보험료율은 12%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을 제시했다.
GDP 2% 투입론은 소득보장파가 ‘더 받는’ 안이 미래세대에 재정 부담을 떠넘기는 ‘개악’이란 지적에 대응해 내놓은 대안이다. 소득보장파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면 급여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4%에서 11.8%로 오르지만, 13~14% 수준인 유럽연합(EU) 선진국엔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소득층 가입 기간 늘려야”이에 대해 재정안정파는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뿐 아니라 노인 빈곤 해소를 위해서도 소득대체율 인상은 답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재정안정파인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복지 부담을 감당하려면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료를 두 배 이상 내야 하고 세금도 30% 이상 높아져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민연금까지 부담을 늘리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소득대체율 인상이 정작 노인 빈곤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득보장파인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제시한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시 평균소득자(254만원·30년 가입)의 예상 월 연금액은 76만2000원에서 95만2000원으로 19만원 늘어나는 데 불과하다. 이마저도 가입 기간이 30년인 평균 근로자를 가정한 수치로, 현재의 가입 기간 기준으로 소득 하위 40%의 연금 증가분은 월 6만원에 불과하다. 재정안정파 전문가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재정으로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해 가입 기간을 늘려주고 기초연금도 어려운 사람일수록 더 받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 노인 빈곤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숙의토론회가 마무리되면서 연금개혁의 ‘공’은 다시 국회와 정부로 넘어간다. 공론화위는 500인 시민대표단이 숙의토론회를 마치고 연금개혁 의제에 대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등을 포함한 숙의 결과를 22일 발표하고, 23일 연금특위에 보고할 계획이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5월 28일 이전에 여야가 국민연금법 개정에 합의해야 연금개혁이 완수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