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스요금을 제외하고 전기요금 지하철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전방위 작업에 착수했다. 4·10 총선 전까진 가스요금 외에 전기요금도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이달 들어 중동 분쟁 확산, 원·달러 환율 급등 등으로 물가 안정에 비상이 걸리면서 정부가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스요금 단계적 인상
2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일 도시가스 요금을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나인 공급비가 소폭 인상되는 데 이어 오는 7월부터 발전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단가를 뜻하는 원료비가 단계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에게 적용하는 민수용(주택용)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이달 기준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4395원이다. 업계 안팎에선 기존 대비 10%가량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가스요금은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세 차례 올랐다. 작년 5월 인상 이후 1년간 동결된 상태다. 작년 초 오른 가스요금 여파로 전국 곳곳에서 겨울철 ‘난방비 폭탄’ 현상이 속출하자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동결한 것이다. 하지만 더는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가스공사의 원가보상률이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름철엔 난방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가스요금을 인상해도 당장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는 점도 인상 결정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전기요금 또 동결되나가스요금과 달리 작년 3분기부터 네 분기 연속 동결 중인 전기요금은 또다시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기요금은 매 분기 마지막 달에 다음 분기 요금이 결정된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인상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물가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전기요금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40%가량 올랐다.
한국전력이 2021년 2분기부터 쌓아온 누적 적자는 43조6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요금 인상 덕분에 올 1분기엔 3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한전이 30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누적 적자 해소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에서 추가 인상은 불필요하다”며 “전기요금을 당분간 동결하는 방안을 산업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요금을 섣불리 올렸다가 올여름 ‘냉방비 폭탄’ 현상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점도 인상을 주저하는 배경이다. 올 여름철 이상고온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냉방 수요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358개 품목 중 가중치가 여덟 번째로 높다. 교통요금 인상도 최대한 억제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 지하철 요금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서울시는 지하철 기본요금을 오는 7월부터 1400원에서 1550원으로 150원 올릴 계획이었다. 서울 지하철 요금이 인상되면 이에 연계되는 인천과 경기 및 코레일(국철) 요금도 올라간다. 다만 각 지방자치단체의 인상 절차를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7월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정부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코레일을 통해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추자는 의견을 서울시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정부의 가격 통제가 물가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재료값 상승 등 인상 요인이 뚜렷한데도 억누르면 나중에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이슬기/최해련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