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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포함해 이스라엘, 대만 등에 총 950억달러(약 130조원)를 지원하는 안보 예산안이 2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지 6개월 만이다. 이 법안은 이번주 민주당 중심의 상원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틱톡 강제매각 ‘수정안’ 통과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608억달러를 지원하는 예산안을 찬성 311표, 반대 112표로 가결했다. 또 이스라엘 지원에 260억달러 규모를 투입하는 예산안을 찬성 366표, 반대 58표로 통과시켰다. 대만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동맹국의 안보 강화를 돕는 데 81억달러를 쓰는 지원안도 찬성 385표, 반대 34표로 처리했다.
이와 함께 하원은 중국 SNS인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강제 매각하는 법안 수정안을 찬성 360표, 반대 58표로 가결했다. ‘21세기 힘을 통한 평화’ 법안으로 명명된 이 법안은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계 기업 바이트댄스가 270일(90일 연장 가능) 안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원은 지난달 같은 취지의 틱톡 강제매각 법안을 처리했으나 상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 당시 법안은 바이트댄스의 사업권 매각 기간을 6개월로 했는데 이번에는 그 기간을 최장 360일로 늘렸다.
이날 하원을 통과한 4개 법안은 다음주 중 상원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이 법안에는 미국이 동결 중인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반전 계기 마련”백악관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일어난 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대만 지원안을 국경 안보 예산과 묶어 통과시키는 1050억달러 규모의 안보 추가경정예산안을 의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지원은 반대하고 이스라엘 지원안만 별도로 추진하겠다고 맞서면서 지원안 전체가 표류했다. 그러다 이달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뒤 이스라엘 지원이 시급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 지원을 개별 법안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여전히 법안 처리에 반대했지만 대부분 공화당 의원들이 지원에 찬성하면서 해당 법안이 하원을 모두 통과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중대한 변곡점에 그들(하원 의원들)이 역사의 부름에 부응해 시급한 국가안보 법안을 처리했다”며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결정적인 지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X(옛 트위터)를 통해 “역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도록 결정한 존슨 하원의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 통과로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고전 중인 우크라이나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608억달러 규모 우크라이나 지원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유럽의 미군기지에 있는 무기 재고가 우크라이나에 신속하게 공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미사일과 드론 공세를 차단하는 대공 방어망과 우크라이나가 심각한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155㎜포탄 등이 우선 지원 대상으로 꼽힌다.
한편 미국의 안보 예산안이 하원을 통과하면서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도 다시 속도를 낼지 관심이 모인다. 유럽연합(EU) 27개국 외교장관은 22일 룩셈부르크에서 외교이사회를 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EU 고위 당국자는 “패트리엇 지원 등 구체적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