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소송 판 커지자…'환경팀' 키우는 로펌

입력 2024-04-21 18:51
수정 2024-10-10 15:13
‘기후변화’가 로펌의 차세대 먹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기후소송이 줄을 잇는 데다 국내 환경규제 입법화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22대 국회에서도 ‘탄소중립’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탄소배출 감축 의무 강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 탈플라스틱 대책 마련, 탄소중립산업법(한국형 인플레이션 감축법) 제정 등 입법안이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이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들의 수요도 늘고 있다. 주요 로펌들은 입법 자문부터 환경규제 대응, 분쟁 해결, 컴플라이언스까지 대응 전략 강화에 나서는 중이다.

환경부 고위공무원 영입 경쟁21일 법조계에 따르면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정부의 미진한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헌법상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는 기후위기 헌법소원의 첫 공개변론이 열린다. 이번 공개변론은 정부를 상대로 청소년 등이 제기한 총 네 건의 기후소송이 병합된 것으로, 아시아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헌법적 권리를 다투는 첫 사건이다. 법조계는 이 재판을 기후·환경 문제가 법정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게 된 최근 트렌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 문제를 법정에서 다퉈보려는 법률적 수요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이미 주요 로펌은 환경부 고위공무원 출신과 환경법 전문가들을 앞다퉈 영입하며 환경대응팀을 구축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2017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환경정책실장을 지낸 백규석 고문을 영입하고 2022년 기존 환경팀과 별도로 ‘환경미래전략센터’를 발족하며 백 고문을 센터장으로 임명했다. 환경영향평가와 화학물질 분야 전문가인 환경부 출신 김기용 수석전문위원도 추가로 영입했다.

20년 전부터 환경에너지 법률자문을 해온 법무법인 율촌은 2021년 환경부 환경정책실장을 지낸 이민호 고문을 영입하면서 30여 명으로 구성된 전담 ‘환경에너지팀’을 출범했다. 이 고문은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관여한 기후변화 전문가로 율촌 ESG연구소장도 맡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2013년 구성한 환경팀을 2021년 ‘환경규제 대응 태스크포스(TF)’로 확대 개편하고 인력을 30여 명으로 늘렸다. 환경부 유역총량과장을 지낸 방종식 외국변호사가 환경팀을 이끌며 화학물질 사고 대응 지원 및 법령 재·개정 자문을 수행했다. 2019년엔 환경부 차관 출신인 정연만 고문(행정고시 26회)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2016년 20여 명으로 시작한 법무법인 광장 환경팀에는 32명의 전문가가 활동 중이다. 한양대에서 22년 넘게 환경법을 가르쳐온 김홍균 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가 2022년 합류했다. 올해는 이윤섭 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기술고시 25회)을 영입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자문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화우는 2022년 국립환경과학원 전문위원을 지낸 김도형 환경공학·법학 박사를 영입하며 환경규제대응센터를 출범시켰다. 환경 분야 스타 변호사는각 로펌은 환경 분야 전문 변호사를 전면에 배치하며 경쟁하고 있다. 국내 로펌 최초로 1990년대 중반 환경그룹을 구성한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관련 인력은 90여 명에 이른다. 1999년 합류한 이윤정 변호사(사법연수원 28기)가 26년째 환경법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율촌에서 김앤장으로 옮긴 황형준 변호사(37기)는 대기·수질·토양 오염, 소음·진동, 온실가스 배출권 관련 분쟁 사건 대응을 담당하고 있다.

태평양은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현아 변호사(29기)를 세종에서 영입했으며, 광장은 환경부 고문변호사로 활동한 설동근 변호사(30기)가 환경팀장을 맡고 있다. 세종은 20여 년간 환경 전문 변호사로 활약해온 황성익 변호사(33기)가 외국인투자기업 설립 및 인수합병 과정에서 환경, 산업안전, 보건 관련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율촌에선 윤용희 변호사(35기)가 국민연금 ESG 위원, 한국전력거래소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약 중이다. 화우는 율촌에서 한수연 환경법 전문 변호사(36기)를 영입했다.

허란/민경진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