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1위 가구 유통업체 스카볼리니 매장. 가장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한 건 서랍장과 함께 놓인 삼성전자 와이드BMF(상냉장·하냉동) 냉장고였다. 인근의 또 다른 가구 유통기업 루베 매장에도 삼성 냉장고가 가구와 함께 진열돼 있었다. 석혜미 삼성전자 이탈리아법인 가전담당 프로는 “삼성이 이탈리아 1위 가전업체가 된 비결이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빌트인 가전이 주력인 유럽에선 유력 가구 브랜드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쌓아야 판매를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2013년 이탈리아 가전 단독 판매(프리스탠딩) 시장에서 1위에 오른 데 이어 2022년부터는 빌트인을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 넘버원(시장점유율 10%대 초반)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 전체 가전 시장(41억9000만달러)의 절반(21억6000만달러)가량은 빌트인 시장이었다. 석 프로는 “실내가 좁은 유럽 특성상 공간 효율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빌트인 가전을 찾는 이가 많다”고 했다.
삼성은 빌트인 가전 시장에서 밀레, 보쉬 등 유럽 강자를 제칠 수 있었던 이유로 가구업체와의 협업과 함께 품질 및 디자인을 꼽았다. 빌트인 가전은 디자인 측면에서 가구와 잘 어울려야 할 뿐 아니라 고장이 나면 개별 제품을 팔 때보다 분해·조립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석 프로는 “삼성 제품은 고장이 안 난다는 인식이 유럽 시장에서도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삼성 가전은 빌트인 외에 단일 제품 판매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찾은 밀라노 미디어월드 체르토사점은 이탈리아에서 삼성 매출 비중이 높은 곳이다. 이곳엔 인공지능(AI)을 적용한 냉장고 오븐 청소기 건조기 등이 전시돼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다. 이 냉장고는 식재료를 알아서 인식하고 유통기한도 관리해주는 편리함 덕분에 유럽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석 프로는 “유럽은 어머니가 쓰던 가전을 자녀가 물려받아 사용하는 경향이 짙었는데, 최신 제품을 경험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삼성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밀라노=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