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에 접속해 관심 있는 단지를 눌러보면 첫 화면에 분양가가 뜬다. 전용면적 84㎡ 기준 최고 공급 금액이 8억원으로 적혀 있는 걸 보고, “8억원만 준비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 에어컨 등 각종 부대 비용이 단지마다 천차만별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억 소리’가 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청약을 넣기 전 반드시 입주자 모집공고의 옵션 관련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발코니 확장 비용 ‘천차만별’21일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발코니 확장은 사실상 ‘필수 사항’이다. 문제는 단지마다 비용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최근 지방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의 경우 전용 84㎡ 발코니를 트든데 드는 비용이 3000만~4000만원에 달했다.
22일부터 청약받는 인천 중구 ‘영종 진아레히’의 발코니 확장 공사비는 전용 84㎡ 기준 288만8000원(84B)~421만8000원(84C)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아예 무상으로 발코니를 터주는 곳도 있다. 이달 시장에 나온 대구 수성구 ‘대구 범어 아이파크’가 대표적이다. 미분양 단지가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발코니 무상 확장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유상 옵션은 이외에도 많다. 부산 기장군 ‘일광 노르웨이숲 오션포레’ 전용 84㎡A를 ‘풀옵션’으로 분양받는다고 할 때 분양가 외에 7000만원 넘는 돈을 추가로 내야 한다.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 6대 설치, 아일랜드 테이블 등이 포함된 프리미엄 주방 패키지, 비스포크 냉장고 등을 모두 골랐을 때의 얘기다. 고급 마감재 등을 선택할수록 계약자가 내야 하는 금액은 크게 뛰어 1억원을 넘을 때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산 주방 가구, 원목마루 등 과거 고가 단지에서 볼 법한 고급 옵션이 점점 보편화하고 있다”며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 에어컨 등 기본 옵션만 선택한다고 해도 수천만원의 추가 비용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건설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분양가를 무작정 올리지 못하자 유상 옵션 가격을 높이는 식으로 ‘분양가 착시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옵션비는 중도금 대출 안 돼옵션 비용은 분양가와 마찬가지로 나눠서 내는 게 일반적이다. 계약금, 중도금, 잔금 등으로 구분해 치르는 식이다. 하지만 옵션 비용은 중도금 대출 대상이 아니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따로 자금을 마련해 둬야 한다는 얘기다. 엄연히 분양가와 별개로 지출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분양 사고가 터지더라도 보호받기 힘들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가입 사업장 기준 시공사 부도 등이 났을 때 HUG가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은 돌려주지만(환급이행 결정 시) 옵션 비용 등은 책임지지 않는다.
유상 옵션을 고를 때 취득가액도 잘 따져봐야 한다. 세금 산정 과정에서 분양가에 각종 부대 비용을 합한 값이 취득가액이 된다. 일반적으로 취득가액 6억원 이하 주택은 1%, 6억~9억원은 1~3%, 9억원 초과는 3%의 세율이 부과된다. 만약 분양가가 8억7000만원인데, 옵션 비용이 4000만원이라면 취득가액이 9억원을 넘어 더 높은 세율을 부담해야 한다. 이럴 경우 옵션을 줄여 취득가액을 낮추는 게 절세 방법이 될 수 있다.
당장 목돈이 부족하다면 ‘마이너스 옵션’ 제도도 활용해볼 수 있다. 골조와 미장 마감 등만 완성된 ‘도화지’ 상태에서 아파트를 분양받는 개념이다. 내부 인테리어는 각자 개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하면 된다. 기본 옵션 공사비를 제외한 가격에 아파트가 공급되는 만큼 총비용이 수천만원 저렴해질 수 있다. 부산 기장군 ‘부산장안지구 디에트르 디 오션’의 마이너스 옵션 금액은 전용 84㎡ 기준 34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사용 비율은 극히 낮다는 분석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입주하기 전에 인테리어 공사를 해야 하는데, 잔금을 완납해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며 “전세보증금 등으로 잔금을 치르는 게 어려운 만큼 현금 여력이 있어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하자보수 때 불이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