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트인 중심인 유럽 가전 시장에서 인지도 높은 현지 가구 브랜드와의 긴밀한 협력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 (삼성전자 이탈리아 법인 가전 담당 석혜미 프로)
지난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코르소 셈피오네의 현지 1위 가구 유통 기업 ‘스카볼리니(Scavolini)’가 운영하는 매장을 찾은 기자가 삼성전자 관계자에게 이탈리아에서 판매 1위에 오른 비결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석 프로는 “유럽인들은 좁은 건물 구조 특성상 공간 효율성을 최대한 높여야하기 때문에 가구를 고르면서 이에 어울리는 가전을 추천받아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현지 빌트인 가구 기업 사이에서 삼성의 냉장고, 오븐 등 주요 가전제품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품질 경쟁력으로 승부삼성전자는 2013년 이탈리아 가전 단독 판매(프리스탠딩)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한데 이어 2022년 빌트인까지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2010년 폴란드를 거점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한 지 14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 가전 시장의 규모는 41억9000만달러로, 이중 빌트인 시장 규모가 21억6000만달러로 절반 이상이다. 빌트인 시장은 2021년 48%에서 지난해 52%로 계속 커지고 있다.
이날 방문한 매장에서도 삼성 제품을 한 눈에 찾을 수 있었다. 삼성이 새롭게 출시한 와이드BMF(상냉장·하냉동) 냉장고가 수납 가구와 함께 어우러져 전시돼 있었다. 인근의 또 다른 가구 유통 기업 ‘루베(Lube)’가 운영하는 매장에서도 삼성의 냉장고가 가구와 함께 진열돼 있었다. 이들 매장은 삼성 제품 뿐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의 가전들이 가구와 함께 꾸며져 있어 일반 가정집에 방문한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석 프로는 "삼성은 이탈리아 빌트인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스카볼리니, 루베, 스토사 등 현지 5대 유통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밀레, 보쉬 등 유럽 강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탁월한 품질 덕분에 가능했다. 빌트인 가전의 핵심은 가구와 오차없이 딱 맞게 설치하는 능력에 달렸다. 한 번 고장이 나면 조립을 다 분해해야 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오래 사용 할 수 있는 품질 경쟁력도 중요하다. 석 프로는 “삼성 제품이 설치 능력 뿐 아니라 고장이 잘 안난다는 인식이 유럽 시장에서도 자리잡았다”며 “설령 고장이 나더라도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가 직접 출동해 수리를 해주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AI가전 유럽 젊은층 사이서 인기삼성 가전은 빌트인 외에도 단일 제품(프리스탠딩) 판매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찾은 밀라노 시내의 가전 유통 '미디어월드'의 체르토사점은 이탈리아 내 삼성 매출 비중이 높은 곳이다. 이 매장은 여러 가전을 브랜드 구분없이 한 번에 진열해 파는 일반 매장과 달리, 인기가 있는 브랜드에 대해 별도 스토어를 구성한 '라이팅 하우스(Lighting Hous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월드는 독일계 전자유통업체 MSH의 이탈리아 계열사다.
삼성 스토어엔 인공지능(AI) 기능과 같은 최신 기술을 탑재한 냉장고, 오븐, 청소기, 건조기 등 다양한 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가장 인기있는 가전은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다. 올해 유럽 전체 국가 중 이탈리아에서 누적 기준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린 제품이다. 이 냉장고는 식재료를 알아서 인식하고 유통기한도 관리해주는 편리함 덕분에 유럽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석 프로는 "유럽 가전 시장은 어머니 세대가 쓰던 유럽 전통 브랜드 제품을 자식도 이어서 쓰는 추세였는데, 최근엔 최신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경험해본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삼성 제품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절감 제품도 '판매 효자'다. 유럽은 최근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에너지 절감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3일 글로벌 런칭행사에서 기존 모델 대비 에너지를 55.9%나 낮춘 와이드BMF냉장고를 유럽시장 대상으로 출시했다. 석 프로는 "에너지 효율을 한 단계 더 높일수록 가격이 100유로 정도 더 비싼데도, 유럽의 전기료가 워낙 비싸다보니 등급이 높은 제품이 더 잘 팔린다"고 말했다.
밀라노=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