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표심 노리고…'기후 비상사태 선포' 운 띄운 바이든

입력 2024-04-19 18:22
수정 2024-04-20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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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기후위기 환경론자 등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유 수출 중단 등 비상조치가 현실화하면 물가 급등과 소송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석유·가스 개발 억제 등 기후위기 대응 조치를 위해 연방정부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기후 비상사태 선언’ 카드에 관한 논의를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초부터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인허가를 중단하는 등 각종 친환경 규제를 내놨다. 더 나아가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의회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 권한으로 최소 1년 동안 원유 수출을 중단하거나 제한할 수 있고, 해상 시추를 중단시키거나 파이프라인과 선박 등을 통한 석유와 가스 이동을 제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블룸버그에 “바이든 대통령이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대선을 앞두고 기후위기 대응에 찬성하는 유권자들을 결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단체 선라이즈무브먼트의 샤이니 아제이 이사는 “대형 화재, 허리케인, 폭염 등 기후 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해야 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청년 표를 얻고 싶다면 비상사태 선포와 같은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비상사태 선포는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도입 시 각종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9년 멕시코 국경의 불법 난민 문제에 맞서 국경장벽 건설비 마련을 위해 예산을 전용하려고 비상사태를 선포했을 때도 큰 논란이 일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들은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석유·가스 개발 억제 조치를 장기화하면 국내 투자 저해와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취임 첫날부터 기후위기를 비상사태로 다뤄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상반기에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후 비상사태 카드를 꺼내 드는 방안을 고민했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견으로 IRA 법안 통과가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같은 해 8월 극적으로 IRA가 발효된 뒤 비상사태 선포를 보류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