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들 애증하는 '나만의 주식'이 왜 없을까요. 놓고 싶어도 놓지 못하고, 팔았어도 기웃거리게 되는 그런 주식 말입니다. 내 인생을 망치기도, 내 인생을 살리기도 하는 그런 주식. 사람들은 어떻게 하다가 '내 인생 종목'을 만나게 됐는지 [노정동의 어쩌다 투자자]에서 '첫 만남',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아래 기자페이지 구독을 눌러주세요. [편집자]
"30만원대에 샀는데 오랜만에 주식창을 열어보니 18만원이 됐더라고요. 네이버 주식은 사놓고 주식창 보는게 아니라고 주변에서 그러던데. 너무 빨리 열어봤나 보네요. 주식 앱을 아예 지워야겠습니다."
최근 만난 국내 모 대기업 부장은 "최근 배당 예고 알림이 오는 바람에 무심코 주식 앱을 열었다가 네이버 주가 수준을 보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며 "한때 50만원 근처까지 갔던 주식이라 가능성을 보고 30만원에 뛰어들었는데 10만원대까지 내려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경영진들이 자사주 소각은커녕 상여로 자사주를 받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는 아예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소위 주식시장 '큰손'들도 네이버 플랫폼 경쟁력에 의문이 드는 것인지 아예 거들떠도 안본다"고 푸념했습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 주가는 올 들어서만 19.6% 떨어졌습니다. 3년 전 주가가 46만원대까지 올랐으니 고점 대비 60% 넘게 하락한 셈입니다. 최근 2년 동안은 16만~22만원대 에서 지루한 횡보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네이버 주가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이른바 주식시장 '큰손'들이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올 들어 현재까지 외국인과 기관이 가장 많이 내다 판 종목 상위 3위 안에 공통적으로 있는 유일한 주식이 '네이버'입니다. 외국인은 이 기간 9248억원(3위)을, 기관은 9063억원(3위)어치 네이버 를 순매도했습니다.
개인은 정반대입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는 네이버 주식을 1조6495억원어치 순매수했습니다. 개인 순매수 2위인 삼성SDI(8983억원)를 2배가량 웃도는 압도적 1위입니다. 결과는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완패'입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를 통해 네이버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99.5%가 '손실 구간'에 놓여있습니다. 평균 손실률은 -31.62%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아직까지 열심히 '물타기'(하락 시 추가 매수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은 이달 들어서도 네이버를 1366억원어치 사들였습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이 기간 각각 690억원과 910억원 팔아 맞섰습니다.
종목토론방의 한 주주는 "'미래 주식'이라고 해서 쓸어담았는데 큰손들만 배불렸다"며 "네이버 주식으로 스트레스 안 받으려면 아예 증권사 앱을 지우는 게 답"이라고 했습니다. 지난달 미 경제지 포천과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선정한 아시아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기업에 한국 기업으로는 셀트리온, 포스코퓨처엠, 카카오와 함께 네이버가 선정된 것을 두고 나온 토로입니다.
지난해 말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가 전격 철수를 선언하면서 연초 네이버 주가는 잠시 들썩이기도 했습니다. '침착맨', '풍월량' 등 기존 트위치 사용자들이 네이버의 새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으로 넘어와 미디어 광고 매출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주가는 정작 '침착맨'보다는 중국의 쇼핑몰 공습에 반응했습니다.
네이버 주가가 부진한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양대 축인 '커머스'와 '광고' 중 커머스가 중국 업체들로부터 위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리와 테무 등 중국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네이버와 일부 사업 모델이 겹치면서 이익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에 깔려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중국 커머스업체들을 무시하기에는 성장세가 너무 거세다"며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업체들에 수수료를 받지 않는 조건을 내걸고 브랜드들을 입점시키고 있는데 이는 네이버가 공들이고 있는 브랜드 스토어와 일부 겹친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네이버 커머스 중 중국 플랫폼들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해외 직구 쇼핑몰로 전체 스마트 스토어 거래액의 5%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만 알리에 입점하는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네이버의 브랜드스토어 거래액이 급격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의 지난해 거래액 비중은 전체 매출의 13% 수준입니다.
'미래 먹거리가 안보인다'는 점도 주가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로 꼽힙니다. 네이버는 신수종 사업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업을 낙점하고 현재 협업과 투자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2년 전부터 5곳이 넘는 AI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인텔, 삼성전자와 함께 공동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생성형 AI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5% 미만에 불과합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현재 주가 수준이 AI 사업에서 가시적인 이익을 거두지 못한다면 마냥 저평가됐다고만은 할 수 없다"며 "실적 안정성이 떨어지는 현재로서는 신사업에 대한 가치는 보수적으로 매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에는 회사 측에서 임직원들에게 321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상여로 지급한 것이 주주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통상 자사주 상여는 임직원들의 근로 의욕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가 지지부진한 경우 주주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장도 "자사주를 그만큼 상여하는 대신 소각했으면 이익이 주주들에게 돌아왔을텐데 아쉽다"며 "요새 다른 기업들은 '밸류업' 한다고 하는데 네이버는 그런 게 없다"고 표현했습니다.
지난달 열린 네이버 정기주주총회에서 한 소액주주는 의장으로 나선 최수연 대표를 향해 "네이버 주가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최 대표가 취임한 이후 네이버 주가가 반토막 난 상황을 꼬집은 것입니다. 이에 최 대표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커머스와 AI에서 성과가 날 것"이라며 다독였습니다.
그러면 언제쯤 네이버 주가가 오를 수 있을까요. 증권가에선 다소 어둡게 보고 있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부터 현재까지 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상상인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SK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10개 증권사가 네이버 목표주가를 내렸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