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맞벌이를 하고 있는 40대 이모 씨 부부는 초등학생 2학년, 5학년 아들 형제를 키운다. 이씨와 아내는 오전 8시부터 5시까지 근무하는 기업에 다니고 있어 평일엔 자녀들보다 일찍 회사로 나선다. 조부모님이 지방에 계셔서 손주를 돌봐주시기 여의찮은 상황이고, 육아휴직도 아이들이 어릴 때 소진했다. 이씨 부부가 선택한 '돌봄 공백' 해법은 '홈캠'이었다.
가정용 폐쇄회로(CC)TV를 의미하는 홈캠의 최신 기종은 스피커와 마이크도 달려있어 자녀와 소통이 가능하다. 이씨는 출근 후 아이들을 깨우는 일도 홈캠을 이용하고 있다. 홈캠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얘들아 일어나라", "지금 안 일어나면 지각이다"를 5~10분 간격으로 외친다. 어차피 전화를 걸어도 잠에 푹 빠진 아이들이 잘 받지 않기 때문에, 집안에 설치된 홈캠 스피커를 활용한다.
오후 3시. 2학년 둘째 아들이 태권도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오면 이씨의 아내가 홈캠으로 각종 지시를 내린다. "냉장고에 썰어둔 과일 먹어라", "선생님 오시기 전에 학습지 미리 풀어둬라" 등이다.
이씨는 "오전 10시까지 둘째가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놀고 있는 것을 홈캠으로 발견한 적이 있다. 급히 반반차를 아이를 챙겨 등교시켰다"며 '웃픈' 사연도 전했다. 이어 "둘째가 아직 저학년이라 홈캠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홈캠이라도 있으니 그나마 안심된다"고 전했다.
특히 이씨 아내의 회사에선 그가 홈캠을 요긴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고 워킹맘들 사이에서 '인기템'으로 등극했다고. 같은 팀에서만 워킹맘 2명이 그를 따라 홈캠을 집에 들였다.
반려견 확인용, 유아 수면 상태 확인용 등으로 사용되던 홈캠의 쓰임새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 사이에서 인기다. 아이들이 등하교 시간과 부모의 직장 체류 시간 사이 돌봄 공백 시간을 홈캠으로 극복하는 것. 홈캠을 사용하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도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기까지는 이용할 생각"이라며 "그 이후에는 학교도 늦게 끝나고, 학원까지 다녀오면 내 퇴근 시간과 얼추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홈캠 활용법이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면서 가정 내 홈캠 보유율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갤럽의 '2023 정보 가전 보유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7월 기준 전국 가구 내 홈 캠 보유율은 6%였다. 매년 1%포인트(p)가량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부모+미취학자녀' 가구의 홈캠 보유율은 12%, '부모+초중고자녀' 가구의 홈캠 보유율은 9%였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50%, 28%가량 증가한 수치다.
한 스마트 홈 카메라 서비스 업체의 관계자는 "전국 기준으로 300만 가구 정도가 미취학 아동 자녀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시장 조사를 해보니 이 중 30%가량이 홈 카메라 설치 의향이 있다고 밝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맞벌이 부부의 자녀 돌봄 공백을 제도적 보완이 아닌 홈캠이 대신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홈캠을 이용한 '비대면 보육'이 아닌 '대면 보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연근무 등이 확대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 유연근무를 도입한 중소·중견기업에 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제도를 이용하는 근로자에겐 재정으로 줄어든 급여의 일부를 보전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가 1월에 발표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국내 기업 중 시차출퇴근제 등 6종류의 유연근무제 가운데 단 하나도 도입하지 않은 곳이 74.9%나 된다.
만 8세(초2) 이하 자녀가 있는 노동자가 근로 시간을 주당 최대 35시간까지 줄이는 '육아기 근로단축제도'도 있지만, 이는 근로 시간에 비례해 다음 연도 연차휴가가 감소하는 '페널티'가 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