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요동치자 개인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곱버스(2배 인버스)'에 몰리고 있다. 변동성이 커진 점을 활용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지수가 오를 땐 레버리지를, 내릴 땐 곱버스를 사며 반대 방향에 베팅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5~19일) 개인 투자자는 'KODEX 레버리지'를 4473억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5956억원)에 이은 개인 순매수 2위였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도 1113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상장지수펀드(ETF)들은 코스피와 코스닥150 지수를 두 배 추종한다. 지수가 오르면 수익을 배로 낼 수 있다. 시장을 이끌 주도주가 보이지 않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지수에 베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2571억원 순매도했다. 개인 순매도 1위다. 2위 삼성중공업(1037억원)과의 격차도 컸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하면 2배가량 이익을 거둘 수 있기에 곱버스(곱하기+인버스)로 불린다. 다만 코스피가 반등했던 지난 18일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578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이 ETF만큼은 263억원 순매수했다. 지수가 오르면 하락에 베팅하는 '청개구리 투자' 흐름이 뚜렷하게 보인 셈이다.
최근 증시가 조정받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상향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주요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리스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ASML, TSMC 실적에 지수가 엇갈리는 등 여전히 실적은 중요하다"며 "다음 주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메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가 예상돼있고, 예상치에 부합한다면 주가는 반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이슈는 이대로 소강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상황이 악화하지 않으면 조정은 현 수준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동 리스크가 이대로 진정되면 투자자들의 초점은 실적으로 옮겨갈 것이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수출 중심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통화 정책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들은 연일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경제가 견조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를 설명할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필요하다면 금리 인상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증시 상승을 전망해 레버리지에 투자금을 묻어두는 것은 위험하다. 레버리지 곱버스 상품은 중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일별 수익률은 복리로 가산된다. 지수 변동이 클수록 음의 복리효과가 커지고 크게 하락하면 회복이 어렵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은 레버리지나·인버스 ETF에 투자할 때 위험요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