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간 갈등을 겪은 단체급식업체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졌다.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4남매 중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장녀 구미현 씨가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왼쪽)의 손을 들어주면서 구지은 부회장(오른쪽)이 사내이사로 선임되지 못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지난 17일 서울 마곡동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그간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장녀 미현씨와 남편인 이영열 전 한양대 의대 교수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주주제안을 가결했다. 오는 6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구 부회장 측은 구 부회장과 차녀 구명진 씨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렸지만 구 전 부회장과 미현씨 측의 반대로 부결됐다.
비상장사인 아워홈은 구 회장의 1남3녀가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갖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이 38.56%, 미현씨가 19.28%, 명진씨가 19.6%, 구 부회장이 20.67%를 보유 중이다. 구 전 부회장과 미현씨의 지분을 합하면 절반이 넘는다.
이번 주총으로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은 세 자매와 장남 간 대결에서 장남·장녀인 구본성·미현씨와 차녀·삼녀인 명진·지은씨의 대결로 바뀌었다. 미현씨는 2017년 전문경영인 선임과 관련해 구 부회장 손을 잡았다. 2021년엔 구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안을 결의하고 주총에서 선임된 이사 임기 만료까지 세 자매의 의결권을 통일하는 협약을 맺었다. 구 전 부회장은 보복 운전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후 2021년 6월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이후에도 여동생인 구 부회장과 소송전을 벌이며 갈등해왔다.
구 전 부회장 측은 이번 주총에서 배당 한도를 회사의 제안(60억원·배당률 52.6%)보다 많은 200억원으로 높이는 안건을 제안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구 부회장과 회사 측이 “임원들이 성과급도 못 받는 상황에서 주주 배당을 높이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은 오는 6월 4일 주총을 다시 열 계획이다. 자본금 10억원 이상인 기업은 사내이사가 최소 3명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날 주총에서 사내이사를 미현씨와 남편 이씨 두 명밖에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임시주총에서 반전을 모색한다는 계획이지만 뚜렷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 부회장 측은 “6월까지 경영 활동을 계속하면서 법적 대응 등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인 미현씨와 남편 이씨가 경영활동을 해본 경험이 없어 직접 경영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경영인을 사내이사로 영입해 경영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