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내 농축산 시장이 개방된 결과 관련 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수출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FTA 체결 20년, 농식품 교역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59개국과 21건의 FTA를 체결했다. 이 기간 한국의 농식품 교역액은 174억900만달러에서 526억3000만달러로 약 세 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액과 수입액의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6.2%와 6.0%로 집계됐다. KREI 관계자는 “한국은 농식품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약 다섯 배 큰 수입국”이라며 “FTA 체결 이후 수입과 수출이 함께 꾸준히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FTA가 농축산업에서 규모의 경제와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FTA 체결로 수입이 개방된 포도는 품종 개량과 브랜드화(샤인머스캣) 지원으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줄었지만 고품질 과수 생산에 따른 소득 증대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검역 절차 등으로 수입이 제한된 사과와 배 등 과수산업은 재배면적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했지만 생산성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축산업은 FTA 이후 산업 규모가 커졌다. 한·미 FTA 등으로 시장이 개방된 한우는 사육 마릿수가 2003~2007년 평균 184만 마리에서 2018~2023년 평균 329만 마리로 79.0% 증가했다. 농가당 사육 마릿수도 연평균 8.1%씩 늘었다. 돼지산업과 육계산업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KREI는 “FTA 체결과 시장 개방으로 국내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산업 규모가 커졌다”고 했다.
FTA에 따른 정부의 축산업 지원 정책도 생산성이 높아진 요인으로 지목됐다. 2008년부터 2022년까지 농업 분야 FTA 국내 보완대책 사업에 배정된 누적 예산은 40조7217억원에 달했다. 이 중 88.8%가 집행됐다. FTA로 농업인이 보는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도 조성됐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