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절반은 플레이팅…색감 요리는 흰 그릇에 적다 싶을 정도만 담아요

입력 2024-04-18 19:08
수정 2024-04-19 02:45

음식 경연 대회는 늘 분초를 다툰다. 셰프들은 정해진 시간에 최고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분주하다. 음식을 만드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높은 순위에 오른 셰프 대부분은 ‘이 과정’을 특히 잘한다. 바로 플레이팅이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했어도 제대로 담기지 않은 음식을 심사위원들은 쳐다보지 않는다. 이건 직관이 아니라 과학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예쁘게 플레이팅됐을 때 30% 더 맛있게 느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뒤집어 보면 평범한 집밥을 그릇에 잘 올리기만 해도 셰프의 특선 요리가 될 수 있다. 셰프들의 조언을 통해 간단한 손길 몇 번으로 ‘대단한 음식’으로 탈바꿈시키는 간단한 플레이팅 팁 몇 가지를 소개한다.

가장 기본은 그릇이다. 일반적으로 양식당은 흰 그릇을 많이 쓴다. 화려한 그릇은 식탁의 포인트가 되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요리의 색감을 방해할 수 있다. 특히 색에 대한 감각이 부족한 플레이팅 초보라면 색감이 약한 그릇부터 차근차근 도전해 보는 게 좋다.

흰 그릇만 올려진 식탁은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럴 땐 다채로운 색감의 코코테(cocotte)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코코테는 작은 양수냄비를 지칭하는 프랑스어다. 국내에서도 프랑스 키친웨어 브랜드인 르크루제나 스타우브의 코코테가 인기가 높다. 주황색, 초록색, 노란색 등 따뜻하면서도 화려한 색의 코코테에 구운 닭이나 스테이크 등 메인 요리를 올리고 위에 로즈메리 같은 허브를 살짝 뿌려주면 전문 레스토랑에 온 듯한 느낌을 낼 수 있다.


그릇 여러 개를 사용하기 부담스럽다면 하나의 그릇에 샌드위치, 샐러드, 스크램블에그, 소시지 등 다양한 음식을 함께 담는 원플레이트 방식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에르메스, 샤넬 등 럭셔리 브랜드의 VIP 행사 케이터링을 맡아온 ‘플레이팅 전문가’ 김도연 플레이버다이닝 대표도 집에서 원플레이트 브런치를 즐긴다. 김 대표가 애용하는 그릇은 오벌(oval·타원형) 형태의 플레이트다.

그는 “같은 원플레이트 메뉴라도 오벌 플레이트를 사용하면 서로 다른 음식들이 더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음식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문양이 없거나 심플한 디자인, 톤다운된 회색이나 흰색 그릇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여백의 미도 중요하다. 푸짐하게 담아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릇에 적당한 여백을 두면 음식의 존재감은 더욱 커진다. 음식을 담은 그릇보다 크기가 큰 받침이나 큰 접시를 밑에 받쳐 여백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마지막에 얹는 고명은 음식의 ‘화룡점정’이 된다. 양식에는 파슬리나 로즈메리 등의 허브를, 한식에는 깨나 잣, 견과류를 얹어 ‘한 끗 차이’를 만들어보자. 견과류의 경우 재료를 그대로 올리기보다 손으로 부수거나 갈아서 올리면 더 멋스럽다. 더욱 깊은 향과 좋은 식감은 덤이다.

따뜻한 봄내음을 식탁에서도 맡을 수 있는 팁도 있다. 김 대표의 비법은 ‘봄꽃’이다. 그는 “먹을 수 있는 매화꽃이나 벚꽃, 팬지꽃으로 코디얼(과일과 설탕, 물을 함께 끓여 여과한 시럽)을 만들어둔다”며 “탄산수를 넣어 꽃음료를 만들어 요리와 곁들여 마시면 우리 집 식탁에서도 봄내음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