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물류 시장 선도…ESG 성장주로 변신 ‘주목’

입력 2024-05-05 06:00
[한경ESG] ESG 핫 종목 - 현대글로비스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위험이 커지는 등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과거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투자자들은 물류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안정적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동시에 친환경 물류 시스템으로의 진화를 꾀하는 회사라면 ESG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물류에 신사업을 더한 현대글로비스가 그 예다.




해운+물류+친환경 조합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에 설립한 현대차그룹의 종합 물류·유통기업으로, 완성차 운송이 주요 목적이었다. 현대차 수출량 등에 따라 주가도 영향을 받아왔다. 지난해 매출의 48.5%인 12조4503억원이 유통에서 나왔다. 유통은 CKD(Completed-Knock-Down) 사업이 중심이다.

CKD는 완제품이 아닌 반제품 형태의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사업이다. 해외 공장에서 부품을 주문하면 해상 또는 항공운송을 통해 현지 공장에 납품하는 운송 전 과정을 말한다. 해외 공장이 있더라도 협력사의 주요 부품은 해외로 보내야 하기에 가능한 사업이다. 비철금속 트레이딩 사업을 벌여 중동·아시아태평양 등지로부터 알루미늄, 구리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매출의 35.1%인 9조216억원은 물류에서 나왔다. 물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화물 운송이 주요 매출처다.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출고하면 이를 배에 싣고 해외에 수출하는 전 과정에 현대글로비스가 관여한다.

차를 만드는 것까지 현대차가 한다면 이후 차를 옮기는 대부분 작업은 현대글로비스가 맡는 구조다. 같은 해 매출의 16.4%(4조2113억원)는 해운업에서 나왔다. 해운업은 자동차선과 벌크선 사업이다. 자동차선 사업은 PCTC 선박을 활용해 승용차뿐 아니라 다양한 특수차량을 운송하는데, 현대차 외 다른 자동차 제조사의 운송 서비스도 수주한다. 벌크선 사업은 철광석, 석탄, 곡물 등을 운반한다.

기본적으로 사업부 모두 경기에 민감하다. 자동차 수요와 건화물선 운임지수(BDI) 등에 따라 실적이 좌우될 수 있는 구조다. 해운은 지난 1분기 BDI가 높아지면서 서서히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완성차 생산량이 감소하고,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극동발 해상 물동량 대비 자동차선 공급은 부족한 상태다. 지역적으로 보면, 자동차선 수요는 많다는 뜻이다. 고환율은 해외 수주가 많다는 점에서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ESG ‘톱픽’ 이유는

현대글로비스는 운송업 중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금 창출 능력이 되다 보니,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데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2022년에는 수소·암모니아 발전사업과 탄소중립 관련 사업의 교두보를 열었다. 올해부터는 폐배터리 재활용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폐배터리 관련 산업은 2025년 210억 달러에서 2040년 2090억 달러로 급격한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특히 국제해사기구(IMO)보다 5년 먼저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에너지 효율 개선과 친환경 선박·차량 도입을 추진 중이다. 현재 400만 톤 이상인 탄소배출량 대부분이 선박에서 나오는데, 향후 LNG 선박, 메탄올 등 저탄소 연료 전환을 통해 배출량을 2040년 70%까지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무탄소 선박은 향후 IMO 규제로 공급 부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탄소를 배출하는 선박은 운항 자체를 금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선박은 분명히 다가올 미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다. 2045년 탄소중립을 위해선 지금부터 선박 교체를 준비해야 하는데, 무탄소 선박의 기술력과 가격 등이 아직 선사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만큼 현대글로비스 같은 대형 선사가 본격 무탄소 선박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향후 다른 선사와 차별점이 될 수 있다.

ESG 경영은 기업 재평가, 이익 창출과 직결되는 사업 구조라는 뜻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친환경 사업 투자 등 ESG 경영 성과는 기업 재평가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사업의 비상 기대

주가만 보면 현대글로비스는 재미없는 종목이다. 최근 5년간 15만~20만원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그동안 BDI 등 철저히 해운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저평가일 때 사서 적당히 오르면 팔기를 반복해온, 전형적인 박스권 투자 종목이었다. 이미 외국인 지분율은 48%대에 달해 외국인 추가 지분 확보도 어렵다. 반대로 보면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정적 실적도 주가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올해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지난해보다 2.8% 늘어난 26조3983억원이다.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해보다 3.1% 늘어난 1조6000억원 수준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도 5~6배를 오간다.

하지만 영원히 횡보하는 종목은 없다. 성장성이 둔화되거나 본업 경쟁력이 약화하면 횡보를 멈추고 하락 전환할 수 있다. 반대로 본업은 튼튼한 가운데 새로운 사업이 빛을 발하면 주가 재평가(밸류에이션 상승)가 이뤄지며 주가 상승세에 접어들기도 한다. 과거 사업 구조를 신사업 중심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제조업체의 주가가 그렇다. 증권사들의 목표 주가 평균이 올해 내내 23만~29만원대로 나오며 30% 넘는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글로비스가 내세우는 신사업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스마트 물류 솔루션이다. 지난 20년간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한 노하우가 있고, 물류 자동화 설비사와의 파트너십 등을 통해 최근 다시 뜨거워지는 스마트 물류센터 구축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운송하는 사업도 준비 중이다. 폐배터리는 화재 위험 등이 있기에 안전한 전용 플랫폼 용기를 통해 운반할 필요가 있다. 2021년에 관련 특허를 내고 제품을 개발했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수소 밸류체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수소 운반 전반에 현대글로비스의 물류망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