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시절 한강공원에 설치한 영화 ‘괴물’ 속의 괴물 조형물을 비롯해 흉물 취급받는 공공미술 작품을 철거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공공미술 관리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본지 4월 16일자 A1, 8면 참조
공공미술이 정치인의 치적 쌓기 수단으로 변질하면서 세금만 낭비하는 흉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 직후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공원에 있는 괴물 조형물처럼 미관을 해치는 공공미술 작품을 철거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서울시는 한강공원의 공공미술 조형물 현황을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전문가 검토를 거쳐 이르면 상반기 안에 철거에 들어간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한강공원에는 46개 공공미술 작품이 있다. 이 가운데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에 높이 3m, 길이 10m 크기로 1억8000만원을 들여 세운 괴물 조형물 등은 흉물로 취급받으며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영화 ‘괴물’이 10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나 2014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조형물 설치를 지시했을 때는 개봉 후 8년이 지난 뒤였다. 박 전 시장은 한강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했다.문체부 "공공미술 수준 높이고 세금 낭비 막겠다"
'공공미술 브로커' 근절책 강구…"사기당한 지자체 작품도 확인"한강공원의 괴물 조형물 철거 결정이 신속하게 내려진 배경에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조형물은 적극 철거하라”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방침이 있었다. 오 시장은 취임 이후 도시 미관을 위해 공공 조형물 디자인을 개선하는 ‘펀(FUN) 디자인’ 정책을 펼쳐왔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17일 문화체육관광부도 한국경제신문 보도와 관련해 “공공미술 작품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고 세금 낭비를 막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체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할 때 공모 방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작품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고 이면계약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공공미술꾼’으로 불리는 브로커들이 편법으로 제작비를 빼돌리는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공공미술 작품의 유지·보수가 소홀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토론회와 학술대회 등을 열고 공공미술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수준 낮은 공공미술 작품이 난립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내놓기로 했다. 문체부는 “최근 사기 피해를 보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지자체 공공미술 작품을 확인하고, 이런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성수영/유승목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