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17일 15: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인 HD현대마린솔루션이 수요예측에 돌입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최대 공모금액이 7423억원에 달하는만큼 이번 청약에서 어떤 전략을 세우느냐에 따라 공모주 펀드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22일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상반기 첫 대형 IPO인 HD현대마린솔루션의 수요예측은 중소형 IPO와는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중소형 IPO는 공모 물량이 많지 않아 수요예측 첫날에 기관 청약이 대거 몰렸다. 최대 규모로 청약을 넣어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100만~300만원 수준이라 부담이 없는 데다 첫날 수요예측에 참여하면 가산점을 받기 때문에 ‘묻지마 청약’ 전략이 유행했다.
하지만 HD현대마린솔루션은 수요예측 종료일인 오는 22일 기관들의 청약이 대거 몰릴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수요예측 마지막 날까지 다른 기관의 청약 경쟁률을 참고해 전략적으로 선택한다는 뜻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공모물량이 큰 데다 공모가격도 낮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시가총액은 최대 3조7100억원으로 공모가 산출에 활용한 주가수익비율(PER)이 31.5배에 달한다. 전체 공모 규모의 절반을 차지하는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 구주매출도 부담스럽다.
다만 공모 규모가 커 해외 기관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과 상장 후 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수요예측에 실패했으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에 편입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펀드 자금이 들어와 공모가(3만6200원) 대비 4배 이상 상승한 바 있다.
공모주 펀드를 운영하는 중소형 기관 투자가들도 고심하고 있다. 공모주 펀드는 안전자산인 채권 비중이 70%~8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공모주로 구성된 구조다. 평소에는 국채와 AA급 우량 회사채로 4~5%의 수익률을 내다가 IPO 수요예측에 참여해 2~3% 플러스 이익을 얻는 구조다. 최근 공모주 활황으로 이런 공모주 펀드의 연 평균 수익률은 8.3%대를 기록하며 선전 중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와 같이 공모 규모가 큰 기업의 물량을 대량을 받았다가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 올해 공모주 투자로 벌어들인 수익을 다 까먹을 수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마지막 날 수요예측이 부진해 밸류에이션이 낮아진다면 투자 기회가 올 수 있다”며 “중소형 IPO와는 다른 전략으로 청약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