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원장' 놓고…여야 벌써부터 기싸움

입력 2024-04-16 18:41
수정 2024-04-17 15:51
22대 국회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추진한 법안이 법사위에서 번번이 막혔다며 이번에는 꼭 법사위원장에 민주당 의원을 앉히겠다는 각오다. 반면 국민의힘은 거야(巨野)의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해 법사위원장을 절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정했다.

“이번에는 양보 없다”는 野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16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21대 국회에서) 법사위를 내놨더니 모든 법안이 막혔고, 협치는 실종되고 갈등은 극대화됐다”며 “한 번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두 번 다시 똑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정부·여당이) 일방통행이라 우리 민주당도 22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여기에 김용민 의원과 최민희 당선인 등 당내 강경 인사들이 동조하고 나섰다.

국회에서는 암묵적으로 국회의장은 제1당,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맡는 것이 관례였다. 법안의 본회의 부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나눠 맡는 것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원칙은 21대 국회 들어 깨졌다. 당시 여당으로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20대 국회에서 법사위를 야당이 맡아 국정 운영에 차질이 많았다”며 국회의장에 이어 법사위원장까지 독점한 것이다.

이에 반발했던 국민의힘은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통해 2022년부터 법사위원장직을 되찾아 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법사위의 권한을 약화시켰다. 회부된 법안을 법사위가 처리하지 않고 시간을 끌 때 소관 상임위가 법사위를 우회해 본회의 직회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한을 120일에서 60일로 줄인 것이다. 법사위 장악해 법안 처리 강행직회부 규정을 이용해 민주당이 파업조장법,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을 강행 처리하면서 21대 국회에서 법사위의 ‘문고리 권력’은 크게 약화했다. 하지만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법사위원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 의원들의 생각이다.

여야에 이견이 없는 비쟁점 법안은 법사위 회부 하루 만에 본회의로 넘어가기도 한다. 올해 1월 원안 그대로 본회의에 부의된 점자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법사위원장이 특정 법안의 처리를 막기로 마음먹으면 직회부 규정을 이용하더라도 3개월 이상의 추가 시간이 소요된다. 2022년 10월 법사위에 회부된 양곡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두 달 이상 법사위에 계류돼 있던 해당 법안은 70일이 지나서야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 본회의 부의가 결정됐다.

본회의 직회부를 위해서는 개별 상임위에서 안건조정위를 열어야 한다는 점도 민주당 입장에선 부담이다. 제3당 등을 무조건 포함해야 하는 안건조정위에 보수 성향이 강한 개혁신당 의원이 참여하게 되면 직회부 역시 어려울 수 있다. 법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좌절된 민생 법안들이 본회의 직회부 등을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이날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같이 가져갈 수는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22대 국회에서도 법사위원장직을 사수한다는 것이 여당의 입장이다. 한편 같은 날 김진표 국회의장은 법사위가 30일 이내에 법안 심사를 완료하도록 해 입법 지연을 막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원종환/박주연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