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정에 선 첫 美대통령…트럼프 "정치적 박해"

입력 2024-04-16 18:22
수정 2024-04-17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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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에 대한 재판이 15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전직 대통령이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 자격으로 법정에 선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이번 재판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이 일며 재판 첫날 배심원을 한 명도 선출하지 못한 채 끝났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예비 배심원 후보 중 절반 이상이 해당 사건을 공정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후안 머천 판사는 96명의 예비 배심원에게 정치적 성향을 포함해 피고인이나 사건에 대한 편견이나 개인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중 약 60명은 공정한 판단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진 사퇴했고, 9명은 다른 이유로 배심원 자격을 포기했다. 배심원 후보는 30명 정도로 추려졌지만 최종적으로 배심원을 구성하지 못했다.

트럼프 측 법무팀과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배심원 12인과 예비 배심원 6명의 구성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일 전망이다. 배심원 예비 후보들에게 뉴스 읽기 습관, 트럼프 집회 참석 여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지식 등과 관련한 42가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변을 토대로 선정한다. 네마 라흐마니 전직 연방검사는 “미국의 모든 사람은 전 대통령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있어 배심원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이 열리는 뉴욕 맨해튼은 민주당 성향이 짙은 지역인 만큼 중립적인 배심원단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외신들은 진단했다.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트럼프 측이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성추문 사건을 덮기 위해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약 1억7500만원)를 건넸다고 주장하며 트럼프를 기소했다. 트럼프는 성추문 사건 및 허위 장부 기재를 비롯한 34개 혐의를 받고 있고, 그외 형사 재판 3건도 진행 중이다. 대선 이전에 진행되는 재판은 이 사건이 유일하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트럼프는 “우리나라(미국)에 대한 공격이자 전례 없는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했다. 11월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트럼프에게 이번 재판은 직접적인 ‘사법 리스크’다. 재판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피고인인 트럼프는 최소 6주간 재판 일정 내내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선거 운동에만 집중하기 어렵고, 유죄 판결 시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