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역세권 활성화 사업’ 대상지를 크게 늘리고 공공기여 부담 완화 등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여의도공원 면적(22만9000㎡)의 네 배가량 되는 토지가 종 상향 등을 통해 고밀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공사비 인상과 금융 불안 등으로 재개발·재건축 등 도심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역세권 개발 지원에도 팔을 걷어붙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적률 인센티브 300% 추가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역세권 활성화 사업을 할 때 ‘혁신 건축 디자인’을 적용하면 별도의 공공기여 없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시행령 상한 기준의 120%(상업지역은 110%)까지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으면 절반 이상(60%)를 공공기여로 내놔야 하지만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서울시는 탄소제로 등 친환경 건물을 짓거나, 관광숙박 시설을 일정 비율 이상 넣었을 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공공기여를 받지 않는다. 탄소제로 인센티브는 친환경 인증 비율에 따라 시행령 용적률의 115%까지, 관광숙박 인센티브는 관광숙박시설 비율에 따라 조례 용적률의 120%까지 추가 용적률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공공기여가 없으면 직접적인 사업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2종 일반주거지(기준 용적률 200%)를 일반상업지역으로 풀어주면 ‘완화된 용적률의 절반 공공기여’ 조건으로 용적률을 800%까지 높일 수 있다. 여기에 혁신 건축·탄소제로·관광숙박 인센티브를 모두 적용하면 최대 1100%의 용적률을 받게 된다. 한 대형 설계업체 관계자는 “혁신 건축 디자인 등은 서울시 가이드라인을 충족해야 해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추가 300%에 대해선 별도 공공기여를 내놓지 않아도 돼 매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역세권 활성화는 서울 지하철역 승강장 350m 내 가로구역에 해당하는 부지의 용도지역을 상향해 용적률을 높이고, 증가한 용적률의 50%를 공공기여로 받아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확충하는 사업이다. 민간사업자는 사업성을 높일 수 있고, 공공은 동주민센터, 보건지소, 문화시설 등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공급할 수 있다. 그동안 용도지역을 최대 2단계(위원회 인정 때 3단계) 변경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입지 특성이 충족되거나 복합용도를 도입할 경우 최대 4단계까지 변경할 수 있다. 강남 도산대로와 율곡로도 고밀개발업계에선 서울 내 역세권 개발이 가능한 면적이 대폭 확대된 데 이어 사업성을 직접적으로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역세권 활성화 사업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달 역세권 활성화 사업 대상지를 주요 간선도로변 노선형 상업지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운영 기준 개정을 마쳤다. 동남권에선 도산대로 강남대로 언주로 봉은사로 서초대로 등이, 서남권에선 영등포로 영중로 등이, 도심권에선 율곡로 한강대로 원효로 등이 포함된다. 면적으론 여의도공원의 네 배인 94만9000㎡에 달한다. 그동안 간선도로변에 띠 모양으로 지정된 노선형 상업지역은 양호한 개발 여건에도 용도지역이 중첩되는 등 복잡한 체계 때문에 지역을 노후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날 서울시가 연 ‘역세권 활성화 사업 설명회’에는 500여 명의 토지주와 시행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서울시는 이번에 수용하지 못한 인원 등을 고려해 2차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2019년 도입된 역세권 활성화 사업은 총 41개 구역이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 중 15개 구역이 관리계획을 완료했고, 26개 구역은 구상안을 마련 중이거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