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떠나는 조윤제 금통위원…"환율, 학자도 이해 못한 영역"[강진규의 BOK워치]

입력 2024-04-16 15:12
수정 2024-04-16 16:45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없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이 중앙은행에겐 모두 도전적인 기간이었습니다."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6일 퇴임을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중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2020년 4월 취임한 조 위원은 오는 20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조 위원은 "첫 1년의 과제는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었고, 지난 2~3년간은 30년만의 고물가를 빠른 시일 내에 안정시키는 것이 한은에 주어진 최대의 의무였다"며 "그 일을 얼마나 충실히 했느냐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특정한 주제 없이 기자들과 조 위원 간 자유로운 질의 응답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1400원 위로 올라선 원·달러 환율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조 위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좋아지고 있고, 전반적인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아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로 인한 고환율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금리차 이외에도 다른 많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며 "기대심리 등이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접근할 수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환율이야말로 경제학자들이 이해하지 못한 분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 위원은 금통위원 중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로 꼽힌다. 4년 간의 금통위 회의에서 그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고, 금융중개대출 지원 확대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퇴임을 4일 앞둔 이날도 조 위원은 "금리를 서둘러 내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라고 강조했다. 물가에 관해서도 "빨리 내릴수록 누적 상승률이 낮아지면서 통화가치가 안정된다"며 "욕심 같아선 더 빨리 내렸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2기가 출범할 경우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질문에는 "금통위원이 아니라 전직 주미대사로 답하겠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기간인 2017~2019년 주미대사를 지냈다. 조 위원은 "우리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 4년을 경험해봤다"며 "(트럼프 2기가 출범하더라도) 특별히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도 중요하지만 미국 경제의 흐름이 어떻게 되느냐도 중요하다"며 "크게 우려할 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 위원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는 "평생 직업은 학자라고 생각한다"며 "책읽고 공부하고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쓰면서 지내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