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을 보복 공습하며 중동 지역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번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한다. 다만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이후 리스크가 불거져 중동 위기가 금융시장에 주는 부정적 영향은 실제 심각성보다 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에브리싱 랠리는 모든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뜻한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6일 보고서를 내고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지만, 원유·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진 않았다"며 "이란의 보복 가능성이 계속 언론에 노출되며 시장에 선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은 이번 사태를 전면전으로 확대하기엔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중동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돼 확전 가능성은 작다. 5차 중동 전쟁이 발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경험적으로 중동 전쟁은 짧았고, 주식이나 원유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변 연구원은 중동 위기 그 자체보다 시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주식 시장은 작년 11월 이후 급등했는데, 이 시점에 중동 위기가 불거지며 투자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외국인은 최근 6개월간 국내 양대 시장에서 30조원가량을 순매수해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다.
그는 "에브리싱 랠리 직후 리스크가 부각된 점을 고려하면 금융시장은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지수가 단기간에 많이 올랐고, 과매수된 상황이기 때문에 빠르고 강한 저가 매수를 단기간에 기대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가 증시의 방향타 역할을 할 전망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배럴당 90달러를 웃돌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90달러를 넘긴 것은 작년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변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포하거나 중동 산유국이 석유를 무기화하는 등 극단적인 상황이 전개되면 국자 유가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며 "오일 쇼크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하면 금리 인하 기대가 축소돼 증시는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업체가 받는 타격은 다른 국가에 비해 더 클 수 있다"며 "유가 안정화 과정을 확인하며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