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투자로 텍사스가 최첨단 반도체 생태계로 발전돼 흥분된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삼성전자에 64억달러(약 8조8500억원) 규모의 현금 보조금을 주기로 발표하기 전날 브리핑에서 삼성의 투자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러몬도 장관은 삼성전자의 텍사스 반도체 공장에 대해 “공장 부지가 축구장 열한 개 크기인데 삼성은 그런 공장을 두 개 짓기로 했다”며 “그런 시설이 얼마나 큰지 상상해보라”고 했다. 이어 “삼성은 단순히 반도체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반도체 패키징도 하게 된다”며 “미국의 핵심 반도체 패키징을 하려면 대만 TSMC를 통해야 하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커다란 변화”라고 호평했다. 그는 또 “자동차와 항공 분야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삼성전자의 투자가 정말 놀랍게 다가올 것”이라며 “삼성의 투자 프로젝트는 텍사스주를 최첨단 반도체 생태계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은 15일 성명을 통해 “삼성의 미국 내 투자 발표는 나의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 의제와 한·미 동맹이 미국 모든 지역에 기회를 어떻게 창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본보기”라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과 함께 브리핑한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삼성이 항공과 자동차 등 미국의 핵심 산업에 필요한 반도체를 생산해 미국의 국가 안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삼성은 연구개발(R&D)부터 제조와 패키징까지 미국 반도체 공급망에 씨를 뿌리고 있다”며 “삼성이 최첨단 R&D를 도입하기로 결정해 미국이 첨단기술의 혜택을 누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투자로 5년 내 최소 1만7000개의 건설 일자리가 생기고, 공급망을 포함하면 수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당국자는 “삼성이 텍사스 테일러와 오스틴 지역 대학에 대규모로 투자해 인력 양성을 돕고 있다”며 “이번에도 삼성이 지급받는 보조금 중 4000만달러는 지역 인력 양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이번에 삼성전자에 보조금을 주는 것은 첨단 반도체 기술을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한 세 번째이자 삼각축의 마지막 완성이 되는 투자”라며 “삼성전자의 400억달러대 투자와 짝을 이뤄 이번 투자는 미국 역사상 대규모 외국인 투자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삼성전자 보조금 발표를 끝으로 최첨단 로직(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지원금 지급 발표는 마무리됐다”며 “첨단 메모리를 비롯한 다른 보조금 지원 계획은 계속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