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천장 또 뚫렸다…"저항선 없는 상태, 1400원 눈앞" [한경 외환시장 워치]

입력 2024-04-15 18:37
수정 2024-04-17 08:50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지역 지정학적 불안이 심화하면서 15일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를 돌파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한 환율이 별다른 저항선 없이 1400원 위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8원60전 오른(원화가치 하락) 달러당 138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8일(1384원90전) 후 약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6원60전 오른 1382원에 출발한 이후 장 초반 상승세가 나타났다. 오전에 1386원30전까지 올랐지만 이후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 등이 유입되며 1385원 밑에서 마감했다.

환율이 오른 것은 무엇보다 중동사태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가 확대된 영향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뜻하는 달러화지수는 이란의 공습 소식을 전후로 106까지 올랐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제 유가가 추가로 상승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당분간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가치는 유가에 유독 취약하다”며 “국제 유가(WTI)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설 경우 환율은 1400원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외환시장을 “무저항에 가까운 상태”라고 평가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강경 대응할 경우 환율이 1400원을 넘어 1440원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서지 않으면 금융시장에 안도감이 확산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배당 수요도 환율 상승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12월 결산법인이 대부분인 한국 기업들은 주주총회 후 4월에 배당금을 지급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원화로 받은 배당을 달러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환율이 오를 수 있다.

이날 외환시장 마감시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9원72전을 나타냈다. 전 거래일 같은 시간 기준가 897원63전보다 2원9전 올랐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54엔대 중반에 거래됐다. 엔화 가치가 154엔대로 떨어진 것은 1990년 6월 이후 34년 만이다. 엔화 매도 행렬이 이어지자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이 “주시하고 있고, 만전의 대응을 할 것”이라고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채권금리도 일제히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440%로 전거래일 대비 0.037%포인트 상승했다.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0.040%포인트, 0.023%포인트 오른 연 3.494%, 연 3.561%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 당국은 시장 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