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지역에 전운이 고조되면서 한국 증시도 휘청거렸다. 고유가·고금리 속에 고환율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주식을 쓸어담던 외국인도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충격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면서 낙폭이 확대되진 않았다. 본격적인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익 개선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저점 매수 나선 개미들코스피지수는 15일 0.42% 내린 2670.43으로 장을 마쳤다. 이달 초 2750선을 넘어섰다가 미끄러지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이날 0.94% 내린 852.42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8원60전 오른 1384원으로 장을 끝냈다.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졌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강력히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장 초반 정유주 해운주 등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급락하면서 코스피지수가 장중 1%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며 하락폭이 줄었다. 외국인이 2380억원가량 순매도하면서 5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섰지만 개인이 약 2470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개인이 외국인 물량을 사들이면서 11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1.79%) 셀트리온(-1.98%) 네이버(-1.67%) 등이 하락했지만 현대차(1.47%) 기아(4.37%) SK하이닉스(0.43%) LG에너지솔루션(0.40%) 등은 상승 마감했다. 한국석유(16.02%) 대성에너지(5.66%) 한국가스공사(6.69%) 등 정유·에너지주와 KBI메탈(29.80%) 대원전선(12.79%) 등 원자재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 주요 기업 실적이 관건”전문가들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중동 분쟁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고 있고, 이란도 추가 공격은 없다고 발표하면서 확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황승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이스라엘 증시 등 위험자산 가격이 회복되는 것을 감안하면 금융시장 리스크가 더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동분쟁 확대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고환율과 고물가 변수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가 계속되면 외국인이 순매도 강도를 키울 수 있다”며 “고환율과 고유가 환경이 계속되면 자동차주 경기방어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로 국내 증시가 코스피지수 2500선까지 떨어지면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통상적으로 기업 실적이 올라오는 시기에 국내 증시 조정폭은 10% 안팎에 그쳤다”며 “지금 기준으로 볼 때 코스피지수 2400선 정도가 저점이기 때문에 2500선에서는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이번 사태가 오히려 유가 하락, 증시 반전의 계기가 될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라며 “2분기 코스피지수 2600선 이하에서는 적극적인 매수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테슬라 등 미국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 발표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실적이 전기차, 2차전지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플랫폼 등 주요 성장주 전반에 걸친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아영/전효성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