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 후발업체인 젠테가 3강으로 꼽히는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을 제치고 지난해 업계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으로 대부분 업체의 매출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나 홀로 성장했다.
15일 젠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488억원으로 전년(309억원) 대비 57.9% 급증했다. 다만 외형 성장에 따른 재고, 물류, 인건비 투자 등이 늘어 영업손실은 14억원에서 54억원으로 늘었다.
2020년 설립된 후발주자 젠테는 최근 명품족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매출이 늘었다. 주요 경쟁력은 ‘철저한 부티크 소싱’이다. 유통 과정에서 중간 거래상을 생략하고 대형 부티크와 직접 협력해 품질을 높이고 가격은 낮췄다. 젠테 협력 부티크는 최근 2년여 만에 50개에서 150여 개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젠테 관계자는 “부티크와의 끈끈한 네트워킹을 통해 가품률을 0%로 유지하면서 정가 대비 평균 40% 이상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젠테는 올해 초 자체브랜드(PB) 사업 확장을 위해 국내 패션 브랜드 ‘블라인드리즌’을 인수했다. 블라인드리즌 인수를 통해 제품 생산과 판매로 사업 확장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젠테의 성장은 다른 업체들의 부진한 실적과 대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트렌비와 발란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 트렌비 매출은 402억원으로 54.4%, 발란은 392억원으로 56% 감소했다. 머스트잇은 작년 매출이 250억원으로 24.2% 줄었다. 트렌비, 발란, 머스트잇은 각각 32억원, 99억원, 78억의 영업손실을 냈다. 머·트·발 3사에 이어 한때 온라인 명품 플랫폼 점유율 4위를 차지한 캐치패션은 경영난으로 지난달 19일 영업을 종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해외 여행지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고물가에 소비심리도 위축돼 명품 플랫폼 업체들의 실적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명품 플랫폼 업체들은 코로나 때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써 TV 광고에 나서는 등 출혈 경쟁을 벌여 경영이 악화했으나 지난해 광고선전비를 대폭 줄이고 인건비 감축, 사옥 매각 등으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등 내실 경영에 집중했다. 그 결과 영업손실이 대폭 줄어들었다. 트렌비의 영업손실은 2022년 207억원에서 지난해 32억원으로 감소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