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를 연료로 이용하는 수소전기차(수소차)와 수소충전소가 늘어나면서 관련 사고도 증가하고 있지만 화재안전기준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소방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소차에 기체 연료를 공급하는 등의 수소충전소는 노출된 수소 탱크의 합계가 100t 이상이거나 개별 탱크가 30t 이상인 경우만 소방시설법상 특정소방대상물에 포함된다. 이외 조건의 수소충전소는 ‘화재안전기준에 따른 소방 설비’를 설치할 의무에서 제외된다.
달리는 수소차에서 수소 연료가 폭발할 위험은 적다. 하지만 수소충전시설 인근에서 불꽃이 튈 경우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수소 연소 속도가 연료로서 공급되는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한번 불꽃이 일면 수소 탱크 전체로 불이 확 옮겨붙어 폭발하는 ‘백 파이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5년간 수소가스로 인한 화재(수소차, 공장 사고 포함)는 총 35건으로 조사됐다. 지난해까지 2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다쳤다. 재산 피해만 총 347억6396만원이 넘는다.
화재안전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일선 현장에서는 안전 강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친환경차 화재 예방·관리 제품을 연구하는 김광선 무선소방산업협동조합 대표는 “소방청에서 소방산업기술원을 통해 화재안전기준을 정해야 구체적인 시설 설계·시공 등의 방침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방청은 “모든 수소충전소가 산업통상자원부 관할 가스기술기준위원회의 KGS코드에 맞춘 안전 설비를 두고 있어 사각지대는 없다고 본다”는 입장이다.
폭발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 규격화도 시급하다. 산업부는 2022년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수소충전소 저장설비 등에 콘크리트제 방호벽을 설치하도록 규정했지만 막상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저장 설비 출입구’는 방호벽 설치 대상에서 제외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벽면을 다 막아버리면 수소가 내부에 체류해 오히려 폭발 위험을 키운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소를 이용해 가정이나 공장용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수소 연소시설’의 안전 기준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유 교수는 “수소 연소시설에 필수적인 수소탱크·수소 공급 파이프라인과 관련한 안전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