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하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습니다. 후배들이 고민하지 말고, 더 겁 없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아시아 최초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 대회 우승자 양용은(52·사진)은 지난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찾은 자리에서다.
양용은은 2009년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49·미국)를 꺾고 우승컵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이 바로 그다. PGA투어에서 2승을 거둔 뒤 2022년부터는 시니어 무대인 PGA 챔피언스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마스터스에는 메이저 챔피언 자격으로 초청받았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GC는 역대 메이저 대회 우승자에게 해마다 초청장을 보낸다. 출입증과 주차 자리, 클럽하우스에서 식음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골드카드’를 함께 보내 극진히 예우한다. 매일 대회 스케줄을 알리는 브로슈어에도 ‘명예 초청자’ 명단을 실어 이들의 방문 사실을 소개한다.
이날 인터뷰 중에도 적지 않은 팬이 양용은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마스터스는 ‘골프의 올림픽’ 같은 무대”라고 평가했다. PGA챔피언십, 디오픈, US오픈 등 다른 메이저 대회는 매해 다른 코스에서 열리지만 마스터스는 늘 같은 곳에서 대회를 치르기 때문에 올림픽 스타디움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양용은은 그린재킷에 가까이 다가선 적이 있다. 2010년 마스터스에서 2라운드를 공동 1위로 나서 메이저 대회 2승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아쉽게 선두를 놓쳐 공동 8위로 경기를 마쳤다. 그는 “챔피언스투어에서 같이 뛰는 프레드 커플스(65·미국)가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웠다”며 “평생 출전권이 있는 이 대회에서 우승해야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타이틀을 지닌 PGA챔피언십에 깊은 애정과 자부심을 보였다. 1년에 단 한 번 대회에 나갈 수 있다면 어느 대회를 선택할지를 묻자 “당연히 PGA챔피언십”이라고 잘라 말했다.
양용은은 한국, 일본 투어를 거쳐 서른여섯 살 때 미국 무대를 밟았다. 그는 “지나고 보니 완벽하게 준비되는 것은 없더라”며 “미국 진출을 목표로 하는 후배가 있다면 ‘더 준비한 다음’ 대신 ‘지금 바로’ 부딪히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50세부터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챔피언스투어에서 양용은은 ‘영건’이다. 그는 “챔피언스투어에 가면 ‘아직 어린데 카트 타지 말고 걸어서 오라’며 루키 대접을 받는다”고 웃었다. 시니어 투어인 챔피언스투어에서는 선수들도 카트를 이용하기에 나오는 농담이다.
이 무대에서 양용은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젊음’이다. 그는 “저 역시 직장인”이라며 “정년 퇴임 시기인 60~65세까지 활동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