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가 잇따라 새로운 점포 브랜드를 내놓으며 승부수를 던졌다. 백화점·아울렛·쇼핑몰의 경계를 허물어 오프라인 유통의 강점인 체험형 요소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부 대형 점포로만 매출이 쏠리자 아예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기획(MD)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겠다는 계획이다. 현대百 부산점, '커넥트 현대'로 리뉴얼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부산 범일동 부산점을 ‘커넥트 현대 부산점’으로 이름을 바꿔 재개관한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7월 부산점 영업을 중단한 뒤 이르면 9월 말까지 내외부 전면 리뉴얼 공사를 진행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문을 연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7월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커넥트 현대는 현대백화점이 2021년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 브랜드로 첫 매장을 연 뒤 처음 선보이는 점포 브랜드다. 일반 백화점 MD에서 벗어나 백화점·아울렛·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형태로 기획됐다. 이월상품 중심의 패션 매장과 정상 시즌 제품을 판매하는 뷰티·SPA 매장, 그리고 체험형 매장을 동시에 입점시키는 방식이다. 각 광역권을 대표하는 점포인 더현대, 일반 백화점인 현대백화점, 지역별 백화점과 아울렛의 하이브리드 형태인 커넥트 현대, 그리고 교외형 대형 아울렛인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등 네 단계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점을 커넥트 현대 1호점으로 낙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부산점의 지난해 매출은 1521억원으로 4대 백화점의 전국 70개 점포 중 최하위권인 61위에 머물렀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부산의 대표 고급 백화점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원도심인 범일동 상권이 쇠락하고 29만㎡(8만8000평) 규모의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문을 열며 매출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2013년엔 3대 명품으로 꼽히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도 모두 철수했다.
현대백화점은 원도심의 커넥트 현대와 2027년 개관 예정인 서부산권의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에코델타시티를 앞세워 부산 상권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부산 상권은 지난해 비수도권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넘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과 비수도권 아울렛 매출 1위인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 등 동부산권에 집중돼있다.
현대백화점은 상권 위축으로 기존 점포로는 큰 폭의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백화점·아울렛에 커넥트 현대 브랜드를 적용할 전망이다. 유통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수도권과 지방 중소형 백화점에 순차적으로 커넥트 현대 브랜드를 적용할 것이라 보고 있다. 내년 개점을 앞두고 있는 현대시티아울렛 청주점에도 해당 브랜드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항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타임빌라스'로 스타필드 견제
새로운 유통시설 브랜드로 승부수를 던진 건 현대백화점 뿐만이 아니다. 롯데백화점은 다음달 30일 롯데몰 수원점을 시작으로 롯데몰 브랜드를 ‘타임빌라스’로 리브랜딩한다. 수원점은 작년 10월부터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진행하며 단계적으로 신규 입점 브랜드를 공개하고 있는데 그랜드 오픈에 맞춰 새 브랜드를 내놓는 것이다. 지난 1월 인근에 문을 연 신세계의 스타필드 수원점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무신사 스탠다드'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인가가 높은 매장을 들이고 스포츠·골프·키즈 상품군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F&B 사업장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고 있다.
대형 유통사들이 앞다퉈 신규 점포 브랜드를 내놓는 건 오프라인의 위기감 때문이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앞세워 e커머스로 옮겨간 유통시장의 무게추를 다시 오프라인으로 옮겨오겠다는 것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절반 이상의 점포가 역성장했다”며 “매출 하위권 점포라 해도 아예 문을 닫으면 백화점 전체 매출에도 타격이 큰 만큼 아예 새로운 점포 브랜드로 신규 고객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지윤/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