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현대자동차그룹의 연구개발(R&D) 심장인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 LG전자 전장사업부가 총출동했다. 이번주엔 LG이노텍 경영진이 화성을 찾을 예정이다. 현대차 초청으로 성사된 행사의 핵심 의제는 전장분야 협력 확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LG가 강점을 갖고 있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 카메라·센서 등의 분야에서 양사 협력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성에 집결한 LG 전장 수뇌부14일 산업계에 따르면 LG그룹 전장 계열사들이 잇따라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비공개 ‘테크 데이’ 행사를 열고 있다. 최근 LG그룹 경영진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본사에서 전장사업의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벤츠와 LG의 협력 모델에 대한 얘기를 듣고 현대차 쪽에서 LG그룹 전장 계열사를 초빙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올라 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LG와의 만남 이후 “우리는 하이퍼스크린으로 인포테인먼트 게임의 수준을 높이는 것을 포함해 수년 동안 LG와 협력해 왔다”며 “카메라 시스템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우리의 선구적인 역할에 기여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초청 형식을 갖추긴 했지만, LG그룹은 이번 행사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3위인 현대차와 기아를 고객사로 확보하려는 차원에서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전장 파트너로 삼성, LG와 고루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만 해도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현대차의 핵심 공급원이다.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도 차량용 디스플레이, 이미지 센서, 카메라 등을 현대차에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 전장기업인 독일 콘티넨탈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전장사업 일부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가 현대차의 제네시스 2024년형 GV80 모델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공급하고 있는 정도다. SDV에 공들이는 현대차LG전자와 이노텍은 현대차그룹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안방에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이를 ‘트랙 레코드(실적 기록)’로 삼아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속도를 낼 수 있어서다.
LG그룹의 전장사업은 2013년 LG전자가 전장사업본부를 신설하며 본격화했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전동화와 자율주행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와 인재 영입을 아끼지 않았다. 수년간 적자였던 LG전자 전장사업은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해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LG전자만 해도 10여 년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기차 파워트레인(LG마그나 e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시스템(ZKW)’ 등으로 이어지는 3각 편대를 구축했다. 지난해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 누적 수주 잔액은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도 전장사업을 신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차량 카메라, 라이다, 차량용 LED(발광다이오드), 파워모듈 등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부품 위주다.
향후 자동차 전장 시장의 최후 전투는 ‘레벨3’ 단계의 자율주행에서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각종 안전 사고가 잇따르면서 애플조차 자율주행사업을 중단했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합작파트너 앱티브도 합작사인 모셔널 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인공지능(AI)과 카메라만으로 완전 자율주행을 완성할 수 있다고 공언하면서 앞으로 관련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을 진전시키기 위해 LG와 삼성을 모두 우군으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