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그제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드론과 미사일 공습을 대규모로 감행하며 보복에 나섰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지 12일 만이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기점으로 양국이 적대관계로 돌아선 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이 일찌감치 재보복 의지를 천명하면서 중동 지역이 확전의 중대 기로에 놓였다. 무력 충돌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지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대로 치솟고, 최악의 경우 1973년 ‘오일 쇼크’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 정세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의 약 70%가 중동산이다. 이미 브렌트유가 장중 배럴당 92달러를 넘어섰다. 중동지역 무력 충돌은 유가 급등을 부추겨 우리나라엔 고비용 구조를 심화하고 물가 불안을 초래한다. 모처럼 되살린 수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어 무역수지 악화와 소비 둔화를 불러올 게 불 보듯 뻔하다. 중동 지역 불안으로 유가가 10%만 올라도 글로벌 생산이 0.15%포인트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율은 0.4%포인트 오를 것이라는 게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이다. 가뜩이나 뒤로 밀리고 있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고금리의 장기화는 자칫 가계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우리 경제의 뇌관을 건드려 금융시장 경색 속에 실물경제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 미국이 유럽에 이어 중동으로 전선을 확대할 경우 한반도 등 동북아시아의 안보 공백 역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위축되는 분위기가 역력하고 총선 후유증으로 정국마저 급랭하는 모습을 보여 불안하기 짝이 없다. 선거에서 압승한 야권이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정치가 극한의 대결로 치닫고, 국회가 정치적 싸움터로 전락할 조짐이다. 하지만 일촉즉발의 국제 정세와 시계 제로의 경제 환경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여·야·정 모두 엄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정해야 한다. 비상 상황인 만큼 여당은 물론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야당도 정파와 정략을 떠나 당면한 경제·안보 리스크 대응에 협력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