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13일(현지시간) 수백대의 무인기·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있는 자국 영사관 건물을 공격한지 12일만의 보복 조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국영TV를 통해 "이스라엘 내 목표를 타격하기 위해 수십대의 무인과 미사일을 발사하는 '진실의 약속'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IRGC는 "시온주의 단체(이스라엘)가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표적으로 삼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공격이 지난 1일 영사관 공격의 대응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발사 수시간 뒤인 14일 새벽 2시 이스라엘 전역에 공습 경보가 울렸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전투기 수십대를 출격시키고 미사일방어시스템 아이언돔을 가동했다. 다니엘 하가리 IDF 대변인은 이란이 200대가 넘는 무인기와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자국 군사시설 한 곳에 가벼운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수십 발의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대부분은 이스라엘 국경 밖에서 요격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영국 공군도 전투기를 출격시켜 무인기 여러 대를 격추시켰다고 미 국방부는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전시내각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몇 년 간, 특히 최근 몇 주 간 이란의 직접 공격에 준비해왔다. 누구든 우리를 해친다면 우리도 그리할 것"라며 또다른 보복을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델라웨어주 별장에서 주말을 보내던 바이든 대통령은 공격 직후 백악관에 복귀해 국가안보회의(NSC)를 열었다. 에이드리언 왓슨 NSC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우리의 지지는 철통같다"며 "미국은 이스라엘 국민과 함께 할 것이며, 이란의 이런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의 방어를 도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공격을 계기로 수십년 간 이어진 양국의 '그림자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야코브 아미드로르 예루살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것이 확전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며 "이란이 이스라엘에 자국 영토를 공격할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