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 12일 오후 5시 48분
CJ제일제당이 사료 제조·축산 자회사인 CJ피드앤케어 매각을 추진한다. 사료 사업의 원재료가 되는 곡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자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매각 측은 1조원대 몸값을 희망하고 있다. 연관 글로벌 기업이 대거 인수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매각 4년 만에 재시동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생물자원부문 독립법인인 CJ피드앤케어 지분 100% 매각을 위한 자문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CJ피드앤케어는 CJ제일제당이 2019년 7월 바이오 생물자원사업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자회사다. 동물의 주식인 사료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돼지와 닭을 주 품종으로 축산업도 한다. 미트마스터 등 자체 돈육 브랜드를 달고 출하하고 있다.
CJ피드앤케어는 지난해 매출 2조4917억원, 영업손실 864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150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순항했지만 이듬해 흑자 폭이 77억원까지 줄어들었고 지난해엔 손실을 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료사업 특성상 업황에 따른 실적 변화가 두드러진다”며 “CJ 측은 올해부터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 측은 CJ피드앤케어가 사료 및 축산부문 기업 중 아시아 지역 내 최대 규모인 만큼 방대한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은 2019년과 2020년에도 두 차례 CJ피드앤케어 매각을 저울질했다. 5년 전 회사를 물적분할하면서다. 당시 CJ제일제당은 2019년 초 미국 냉동식품 자회사 슈완스를 인수하면서 생긴 차입으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 상태였다. 그러자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매각을 검토한 것이다. 네덜란드 사료 회사인 뉴트레코와 매각 협상을 했으나 가격 눈높이가 맞지 않아 무산됐다. 2020년에도 글로벌 IB 한 곳을 선임해 매각을 타진했지만, 인수 희망자가 적어 매각 의사를 접었다.○CJ그룹 ‘선택과 집중’ 전략이번 매각은 CJ그룹의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은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5.4% 줄어든 8195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CJ피드앤케어의 실적 부진 영향이 컸다. 이 회사는 작년 CJ제일제당 사업부문 가운데 유일한 적자를 기록한 계열사였다. 2020년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한 뒤 3년째 실적이 내림세를 타면서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주력 사업 지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경기 침체가 주된 부진 원인으로 꼽힌다. CJ피드앤케어는 베트남에서 양돈 사업을, 인도네시아에선 육계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두 지역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70%가량을 차지한다. 고가 사료 수요가 위축되면서 판매량이 감소하고 고정비 부담이 늘었다. 원가 부담이 커진 영향도 있다. 곡물가와 함께 인건비가 오르면서 농장 생산비가 급증했다는 평가다.
CJ제일제당은 작년에만 해외 자회사 두 곳을 매각했다. 작년 7월 중국 자회사 지상쥐(吉香居) 보유지분 60%를 약 3000억원에 매각했다. 중국 매출에서 46%를 차지했지만 K푸드 집중과 재무 건전성 강화를 이유로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그해 10월엔 브라질 자회사 CJ셀렉타 지분 66% 전량을 미국 곡물기업 번지의 브라질 자회사에 매각했다. CJ제일제당은 햇반,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국내외 식품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은/차준호/하헌형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