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동물보호 단체인 ‘카라’가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이례적으로 시민단체 안에 노동조합이 결성된 데 이어 노조 측은 “전진경 대표가 2021년 취임한 뒤 단체를 사유화했고, 활동가 10명 중 7명이 줄퇴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임에도 대표가 모든 권한을 쥐고, 노조 간부를 ‘표적 징계’하는 등 전횡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전 대표 측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12일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카라는 2~3년 새 동물권 이슈가 주요 의제로 떠오르면서 후원회원이 1만8000명(작년 말)에 달하는 국내 최대 시민단체로 성장했다. 기존에 후원회원이 가장 많았던 참여연대(1만5000명)를 뛰어넘은 규모다.
카라는 4~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세를 불렸다. 전국의 불법 개 도살장을 촬영해 현장을 알리는 활동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다. 올초 ‘개 식용 금지법’(개의 식용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의 국회 통과에도 카라의 공로가 크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작 내부에선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대표가 인사와 조직 대의원총회 등 주요 위원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한 직원들은 지난해 8월 카라노조를 설립했다. 이에 전 대표가 노조 설립을 주도한 간부급 활동가 2명에게 ‘3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리면서 갈등이 더욱 커졌다. 인사위원회에선 징계 이유로 근무 태만 등 20여 개 항목을 제시했는데, 이 중에는 ‘도살장 방송 중 대표 촬영이 미흡했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가 많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지난 2월 2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징계 구제를 신청했다.
노조는 “최근 카라가 1억2500만원짜리 조직진단 컨설팅도 받고, 정규직 활동가 20명이 일하던 동물 사회화행동팀이 3개월짜리 단기 계약직으로 바뀌는 등 시민단체로선 납득하기 힘든 노동권 개악이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대표 체제 3년간 전체 활동가(60여 명) 중 70%에 달하는 44명이 카라를 떠났다.
이 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지 질의에 전 대표는 답변하지 않았다. 대신 내부에 보낸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다수 퇴직은) 단기 계약 종료에 따른 퇴사”라며 “(카라가 일하는 형식이) 상명하달하는 방식 자체가 아니지 않느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에선 시민단체에서 노조가 설립된 것 자체를 이례적으로 평가한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도 기꺼이 일하는 활동가들이 노조를 설립한 건 단체 내부 역량만으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