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주’의 조건은 시장 점유율과 수요입니다. 전력기기주와 조선주는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엄찬식 빌리언폴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기화한 미·중 무역분쟁이 최근 국내 업체들의 북미 시장 점유율에 강한 변화를 주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에서 시그니처 펀드 ‘적토마’를 이끌며 스타 펀드매니저가 된 그는 지난해 8월부터 빌리언폴드에서 국내 주식을 담당하고 있다.
엄 본부장은 “2018년도부터 중국산 전력기기 사용이 배제됐고, 국내 업체들의 반사이익이 시차를 두고 감지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 전력 수요가 내년도 최대치에 달한다는 점도 전력기기주를 눈여겨보게 했다. 실제로 국내 변압기·전선 관련주 중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제룡전기, 대한전선 등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조선주는 잠재력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중국의 조선·해운산업 내 불공정 무역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등이 반사이익 수혜주로 언급된다. 에스티팜과 같은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주도 관심사다. 그는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제재 검토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수혜를 누린 현상이 다른 CMDO주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관심이 큰 반도체 영역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낸드플래시 관련주 중 상대적으로 소외된 종목에 주목하고 있다. 주가가 횡보 중인 동진쎄미켐, 원익QnC 등은 주요 관찰 대상이다. 2차전지 업종은 회사가 자본 조달이 필요한 상태라 특정 시기에 증자가 진행될 수 있음을 유의하라고 했다.
엄 본부장은 “기업 실적에 맞서지 말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문장을 중심에 두면 시장의 인기 종목도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살펴볼 수 있으며, 숨겨진 우량주도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투자자들의 별 관심이 없는 음식료 섹터 중 라면 관련주가 꾸준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런 종목은 언젠가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간다”며 “앞으로 국내 증시는 횡보 구간을 겪을 가능성이 큰데 다시 한번 실적 데이터를 톺아볼 때”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