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김경진 한국 델테크놀로지스 총괄사장(사진)이 11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펼쳐 들었다. 화면엔 ‘DELL’ 글자가 새겨진 노트북을 펴놓고 카페에 앉아 업무를 보는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을 찍은 사진이다. 김 사장은 기자들의 노트북을 한 번 둘러보고선 “비싼 금 사과(애플) 제품을 쓸 이유가 있느냐”며 “부테린도 쓰는 델 노트북을 많이 활용해달라”고 말했다.
델은 글로벌 PC·노트북 시장 ‘톱3’로 불리는 정보기술(IT)산업의 강자다. 유독 한국 시장에선 어깨를 못 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이 시장을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델은 글로벌에선 리더지만 한국에선 밀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래서 델은 좋은 가격에 훌륭한 성능, 높은 보안성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이 시장 공략을 위해 찾아낸 묘수가 인공지능(AI)이다. 델은 사업의 또 다른 축인 ‘AI 서버’ 시장에서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휴렛팩커드(HP)와 함께 1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김 사장은 ‘AI에 능통하고 익숙한 기업’이라는 델의 평판을 노트북·PC 사업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대표적 사례가 델이 이날 공개한 ‘델 래티튜드’ 등 AI 노트북·PC 신제품이다. 온디바이스 AI(인터넷 없이 기기 스스로 가동할 수 있는 AI)에 필수적인 신경망처리장치(NPU)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적용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노트북·PC의 AI 연산을 NPU가 거의 전담해 처리하고 중앙처리장치(CPU)와 GPU는 다른 연산에 집중할 수 있어 배터리 사용 시간이 2시간30분 늘어났다. 시스템 구동 성능도 최대 23%까지 향상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비서 기능 ‘코파일럿’에 바로 연결되는 단축키도 키보드에 포함됐다. 김 사장은 “AI를 제일 잘 서비스할 수 있는 기업이 델”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