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결과 역대 최다 법조인 출신 당선인이 배출되면서 22대 국회에서 사법개혁 ‘강 대 강’ 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을 주도했던 조국(조국혁신당 비례대표)·추미애(더불어민주당 경기 하남갑) 전 법무부 장관이 나란히 원내 입성에 성공하면서 윤석열 정부와 검찰에 대한 고강도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인 출신 60명 당선11일 한국경제신문이 제22대 총선 개표 결과를 분석한 결과,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법조인 출신 후보 120명 가운데 60명이 당선한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총선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지역구 당선자는 54명, 비례대표는 6명이다.
법조인 출신 당선자가 50명을 넘은 것은 2008년 제18대 총선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법조인 120여 명이 출마해 59명이 당선됐다. 제21대 총선에선 법조인 101명이 출마해 42명이 당선되는 데 그쳤다.
이번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많은 당선인을 배출했다. 민주당은 지역구에 44명의 법조계 출신 후보자를 내보내 37명을 당선시켰다. 수도권에서만 28명 중 24명이 당선됐다.
이번 총선의 최대 접전지로 꼽혔던 인천 계양을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법연수원 18기)가 과반 득표로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를 눌렀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선 고 노무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33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13기) 국민의힘 후보에 승리했다.
‘검찰개혁’을 전면에 내세운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전북 전주을) 외에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범죄 혐의 재판을 맡은 박균택·양부남·김기표·이건태·김동아 변호사도 일제히 당선됐다.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도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으로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그는 이성윤 전 지검장 등에 이어 ‘한동훈-채널A 유착 사건’의 수사자료를 법무부에 제공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감찰 절차에 사용되도록 해 법무부 징계 해임 처분받았다. 국민의힘, 수도권에서 25명 중 2명 당선국민의힘에선 법조인 출신 후보 49명을 내보냈으며, 이 중 17명이 당선됐다. 25명이 수도권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2명(나경원·권영세) 당선에 그쳤다.
전통적 강세 지역인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 출마한 10명의 후보는 모두 당선됐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률비서관 출신인 주진우(31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유영하(24기) 당선인이 각각 초선으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한동훈-채널A 유착 사건에서 이동재 채널A 기자 변호인을 맡은 주진우 전 검사는 검찰개혁 쟁점을 두고 야권과 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검찰 수사에도 변화 ‘촉각’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다루는 검찰 수사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수수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의혹 등 야권 인사 관련 사건은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반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여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야당의 압박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또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등 주요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주요 인사 관련 수사가 '검찰개혁'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과 달리, 수사 지연, 재판 지연이 당면한 사법개혁 현안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검찰개혁은 개인에 대한 수사와 정치사건의 쟁점화로 함몰된 측면이 있다"며 "정말 필요한 사법개혁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심화한 수사 지연, 고법판사 이탈로 촉발된 재판 지연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민경진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