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셀러(판매자)와 바이어 등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자 네이버, 쿠팡 등 한국 e커머스 업체들이 ‘맞대응’에 나섰다. 판매에 도움을 주는 고급 정보를 내주고, 배송 관련 서비스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e커머스 전쟁이 소비자뿐 아니라 판매·종사자 유치전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매자에 고급 정보 제공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쇼핑은 최근 일부 셀러에 한정적으로 제공하던 ‘고객여정분석 서비스’를 2200여 개에 달하는 모든 브랜드스토어 판매사에 전면 개방했다. 고객여정분석 개방은 네이버쇼핑이 셀러 혜택 강화를 위해 꺼내든 카드다. 네이버의 방대한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소비자들이 어떤 검색어로 사이트에 들어왔는지 단계별로 자세히 분석해준다. 셀러로선 어떻게 고객이 유입되고 이탈하는지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다. 잠재 고객, 구매 시도 후 취소한 고객, 재구매 고객 등을 분류해 맞춤형 광고도 할 수 있다.
네이버쇼핑이 고급 정보를 셀러들에 개방한 건 중국 e커머스의 공세에 대응하는 수성(守城) 전략이다. 알리는 작년 10월부터 한국 브랜드 상품 전용 판매관 ‘K베뉴’를 개설해 셀러를 끌어들이고 있다. 입점·판매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오픈마켓에선 수수료가 매출인데, 이를 포기하고 셀러를 유치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수수료 제로’ 혜택을 판매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알리는 최근 신규 셀러에 ‘1 대 1 컨설팅’을 해주는 등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알리의 모기업인 알리바바는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프로그램도 내놨다.
한·중 e커머스의 셀러 쟁탈전은 셀러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게 사업 모델인데, 사람들이 좋아하고 익숙한 브랜드를 많이 유치할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알리로 몰려드는 판매자들알리는 ‘업계 최고 대우 보장’을 내걸고 상품 바이어(MD)도 뽑고 있다. 신선식품, 생활용품, 뷰티 등 상품 전 부문에 걸쳐 MD 인력 채용에 나섰다. 한 대형마트 MD는 “신선식품 같은 분야는 바이어가 최소 수년간 신뢰를 쌓아야 좋은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며 “알리가 높은 연봉을 주고 MD를 영입하는 것은 단기간 내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e커머스는 수수료 인하, 물류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알리에 맞서고 있다. 국내 e커머스 2위 자리(월간활성이용자 기준)를 알리에 내준 11번가는 상품 보관부터 배송, 교환, 반품을 대행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 ‘슈팅셀러’를 시작했다. 중소 셀러들이 하기 어려운 작업을 대신 해줘 셀러 이탈을 막겠다는 의도다.
쿠팡도 향후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2026년까지 부산 광주 울산 대전 등 8개 지역에 신규 풀필먼트 센터를 지어 셀러들의 판로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온은 카메라, 게임기, 스마트폰 등 3개 카테고리의 판매 수수료를 기존 9%에서 5%로 낮췄다.
알리가 한국 셀러 모집에 적극적인 것은 중국산 초저가 이미지가 너무 강한 영향도 있다. 한국의 영화, 드라마, 음악 등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셀러를 대거 유치하면 다른 해외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알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